새마을금고 '비상'…431곳 적자 났다
한경, 1288곳 전수조사
기준 없는 무리한 대출 남발에
느슨한 관리까지 '총체적 부실'
정부 건전성 개선 노력 무색
올 들어 평균 연체율도 치솟아
"금융당국 중심 관리·감독 필요"
지난해 새마을금고 세 곳 중 한 곳이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적자 금고 수는 1년 전보다 10배 늘어난 431곳으로 집계됐다. 3일 한 고객이 서울 중구의 새마을금고 지점에 들어가고 있다. 최혁 기자
총자산 287조원 규모의 새마을금고가 휘청이고 있다. 전국 새마을금고 1288곳 가운데 적자에 빠진 금고가 1년 만에 열 배가량 불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 2조원 넘게 부실 채권을 털어냈지만 연체율이 10%를 넘어선 금고가 80곳에 달했다.
3일 한국경제신문이 지역 새마을금고 1288곳의 지난해 경영공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연간 당기순손실을 낸 금고는 431곳이었다. 금고 세 곳 중 한 곳이 적자를 냈다는 의미다. ‘적자 금고’ 수는 2022년 45곳에서 1년 만에 열 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장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건전성이 악화한 금고도 크게 늘었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8% 이상인 금고는 2022년 53곳에서 지난해 212곳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전체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작년 말 5.07%에서 지난달 말 8%대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새마을금고 각 지점은 사실상 독립된 법인이어서 특정 금고에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개 금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부실이 터져 나오면서 ‘깡통 금고’가 쏟아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가장 큰 문제는 이사장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깜깜이’ 대출”이라며 “부실이 발생해도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를 탕감하는 식으로 억누르는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8일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함께 대형 금고 4곳의 첫 현장검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새마을금고 ‘편법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날부터 검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세 곳 중 한 곳이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적자 금고 수는 1년 전보다 10배 늘어난 431곳으로 집계됐다. 3일 한 고객이 서울 중구의 새마을금고 지점에 들어가고 있다. 최혁 기자
새마을금고 '깡통금고' 되나 … 연체율 10% 넘은 곳 44곳 → 80곳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새마을금고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은 뒤 정부 차원에서 건전성 개선에 나섰지만 이번에 파악된 개별 금고의 실태는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 없는 무리한 대출, 느슨한 관리·감독, 허술한 내부 통제, 경영진의 비전문성 등으로 빚어진 총체적 부실로 일부 금고는 ‘깡통 금고’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연체율 두 자릿수 금고만 80곳
3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에 깔린 지역 새마을금고 1288곳의 지난해 경영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연체율이 10%를 넘는 금고만 80곳에 달했다. 2022년 연체율이 10%가 넘는 금고는 44곳이었다. 불과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전체 평균 연체율은 5.07%다. 전년 대비 1.4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3.14%포인트 치솟은 저축은행(6.55%)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별 금고 실태를 보면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연체율이 15%가 넘는 금고는 13곳이었고 20%가 넘는 금고는 3곳에 달했다.
연체율이 높은 금고는 대부분 기업 대출 비중이 컸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부동산 관련 대출로 파악됐다. 연체율이 22.27%에 달하는 서울의 A 금고는 전체 대출에서 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87.56%였다. 이 금고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4.37%로 금융당국 권고치(8% 이하)의 세 배가 넘었다. 연체율이 20.15%인 인천의 B금고는 기업 대출 비중이 65.53%였다. 부실채권 비율(16.98%) 역시 높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돼 돌려받기 어려운 부실채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손실흡수능력 관련 지표인 순자본비율이 규제 수준(4% 미만)에 못 미치는 금고도 23곳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올해 3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을 잠정 집계한 결과 8%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5.07%) 대비 불과 3개월 새 3%포인트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1조원어치를 사줘 연체율이 내려간 측면이 있다”며 “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해 조만간 전체 연체율이 10%를 넘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리스크 대비 능력 있나”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새마을금고발(發) 금융 충격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캠코뿐 아니라 새마을금고 손자회사인 MCI대부를 통해 연체 채권 매각을 독려하고 있다. 또 경·공매를 통한 PF 사업장 정리도 유도할 방침이다. 한국은행 역시 위기 시 새마을금고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의 위기 대처 능력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금융당국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관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권 대비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은 오래된 비판이다. 예컨대 새마을금고는 내년부터 동일 업종에 30% 이상 대출금을 내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적용받는다.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하자 도입한 ‘뒷북 규제’인 셈이다. 저축은행은 시행사 자기자본 20% 이상인 사업장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개별 금고의 금융 전문성과 내부 통제 수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다른 업권과 다르게 새마을금고는 대출 건전성을 양호하게 평가해 부실을 덮고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며 “만약 적절하게 충당금을 쌓아놓지 않았다면 추후 부실이 터질 때 전부 충격으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부 회계감사 의무 역시 다른 상호금융업권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다. 새마을금고는 자산 500억원 이상인 금고의 경우 2년 주기로 받는 데 그친다. 신협은 자산 300억원 이상 조합이면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가 3000억원 이상 금고는 매년 회계감사를 받게 하기로 결정했지만 외부감사가 강화된 금고는 19.4%(251곳)에 불과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행안부 지도하에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고 있다”며 “올해는 경영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미현/서형교/오유림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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