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텐센트, 넥슨 지분 인수 타진" 보도
넥슨 "별도 입장 없다"…학계, 게임산업 종속 우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2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텐센트홀딩스가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넥슨 지분을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중국 IT 대기업 텐센트가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게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여러 한국 게임사에 영향력을 가진 텐센트가 넥슨까지 품게 되면, 국내 게임시장 전반이 중국 자본과 기술 영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2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텐센트홀딩스가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넥슨 지분을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는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만 NXC 측이 해당 제안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지, 거래 구조가 어떻게 설계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텐센트와 넥슨, NXC 측은 모두 논평을 거절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한 게임사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돼 있지만, 실제 경영의 중심은 한국에 있다. 개발 조직, 핵심 인력, 주요 의사결정이 모두 국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업계는 사실상 한국 대표 게임사로 보고 있다.
현재 넥슨그룹 지주회사인 NXC는 김 회장의 부인 유정현 이사회 의장이 지분 33.35%를, 두 딸이 각각 17.16%씩 보유하고 있다. NXC는 벨기에 소재 투자회사 NXMH와 함께 넥슨 지분 44.4%를 보유 중이다.
게임업계는 텐센트가 넥슨까지 인수하게 되면, 국내 주요 게임사 대부분이 텐센트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헌우 기자
업계는 텐센트가 넥슨까지 인수하게 되면, 국내 주요 게임사 대부분이 텐센트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텐센트는 이미 크래프톤, 넷마블, 카카오게임즈의 2~3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으며, 스마일게이트와는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의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전략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게임 개발부터 유통까지 텐센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지금도 텐센트는 크래프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에 투자하거나 퍼블리싱을 통해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넥슨까지 인수하면 국내 대형 게임사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텐센트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스마일게이트는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중단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는 구조"라며 "지금은 텐센트가 경영에 간섭하지 않더라도, 주도권이 넘어가는 순간 국내 게임 산업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텐센트는 과거엔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전략을 펴왔지만, 최근 일부 게임사에서는 달라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 교수는 "크래프톤 사례를 보면, 텐센트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을 크래프톤 동의 없이 출시하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며 "이런 방식이 넥슨에도 적용된다면, 주요 IP 운영권이나 수익 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넥슨이 보유한 우수한 게임 IP들이 중국 기술력으로 재가공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던전앤파이터처럼 이미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IP는 텐센트 입장에선 직접 가져가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라며 "로열티를 나눌 필요 없이 내부에서 모두 처리하게 될 경우, 국내 게임사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미 서브컬처 장르에선 한국을 앞섰고, 자체 기술력도 상당하다"며 "넥슨 게임이 중국 기술력으로 재개발되면, 한국 게임의 경쟁력은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도 제기된다. 위 교수는 "미국은 외국 자본이 주요 산업에 개입할 때 정부가 직접 나서 제재하기도 한다"며 "우리도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심사, 게임산업의 전략산업 지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넥슨 인수 가능성 자체는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넥슨은 창업자 김정주의 '넥슨주의' 정신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창작과 독립적인 문화를 지켜온 회사"라며 "쉽게 인수에 응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만약 인수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한국 게임산업에 경고가 될 수 있다"며 "산업 전반의 체력을 단단히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넥슨 측은 인수설에 대한 질문에 "별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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