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정국이 일본 극우 세력이 사용하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착용해 ‘극우 논란’이 일었다(사진).
정국은 14일 새벽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 “오늘 리허설 중 제가 착용한 모자에 적힌 문구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과 불편함을 끼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면서 “문구가 담고 있는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착용한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는 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제가 부족했고 부주의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정국은 또 “모자는 즉시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국은 전날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열린 제이홉의 월드투어 앙코르 공연 무대에 올랐다. 이는 그의 지난 11일 전역 후 첫 무대로 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리허설 무대에서 그가 쓰고 나온 모자에 ‘메이크 도쿄 그레이트 어게인’(도쿄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 문구는 쇄국 정책을 표방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에서 파생된 정치 구호다.
누리꾼들은 이 문구가 일본의 극우 세력이 사용하는 것이라며, 일본 식민 통치를 미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K-팝 스타로서 상징적 의미에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국의 작은 실수는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 등 스태프를 향한 비난 등 책임론으로 이어졌고, 국제적 이슈로까지 번졌다. 실제로 일본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BTS 정국도 이 문구를 사용했다”고 반색했다. 국내 극우 커뮤니티에서도 계엄 내란을 일으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Make Korea great again’이라는 문구가 담긴 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정치 홍보에 악용하려는 조짐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만3200엔(약 12만5300원)짜리 해당 모자는 품절 사태로 이어져 씁쓸함을 안겼다. 이처럼 이번 사태는 글로벌 스타의 작은 행동 하나가 정치·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치는지를, 또 팬덤 소비의 부정적 영향을 확인한 사례로 남게 됐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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