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인생의 큰 파도를 수차례 겪어낸 가수 백청강은 이제 어떤 상황이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지녔다.
타인의 시선 속에선 여전히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모습일지 몰라도, 정작 그는 그 시간을 묵묵히 이겨내며 누구보다 단단해졌다. 이제는 그런 백청강을 향한 연민 대신, 그가 견뎌낸 시간과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응원할 때다.
백청강은 최근 새 싱글 '점점점' 발매를 맞아 엑스포츠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약 6년 만의 정식 복귀를 알린 그는 긴 공백기 동안의 이야기부터 현재의 활동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들려줬다.
그의 반가운 근황은 최근 출연한 KBS 2TV '불후의 명곡'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고, 여전히 무대 위에서 빛나는 그의 존재감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과거 '위대한 탄생' 시절 사제 지간이었던 두 사람은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호흡을 맞추며 '불후의 명곡'에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 그 시절의 감동과 지금의 성장을 동시에 드러냈다.
""불후의 명곡' 제작진이 '오 마이 스타' 특집에 누구와 함께하면 좋을지 물어봤을 때, 처음엔 여러 사람을 생각났는데 저랑 가장 오래된 인연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완규 형을 추천했죠. 형은 허스키한 목소리, 저는 미성이어서 둘의 음색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둘이 무대를 함께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예전엔 저한테 '악설'도 많이 해주셨던 분인데, 그런 스토리까지 담겨 있어서 더 특별했던 무대였죠. (웃음)"
두 사람은 티키타카 앙숙 케미를 자랑하며 '절친 모먼트'를 과시,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동시에 박완규는 백청강의 과거 암 투병 상황을 언급하며 그의 지난 시간에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 훈훈한 감동을 더했다.
특히 두 사람이 선곡한 '비와 당신'은 가사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백청강의 삶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 무대를 통해 백청강을 향한 응원이 이어졌고, 10여 년 전 암 완치 판정을 받았던 그의 투병기가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건강 괜찮습니다. 건강 이야기를 물어보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입장에선 '괜찮으니까 방송에도 나왔겠죠?'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 많이 아프긴 했지만, 이제는 그 시절은 지나갔고 더 이상 아프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여전히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마음, 고맙죠. 응원해주시는 거니까요. 다만 이제는 그 이야기를 그만해도 되는 시점이 된 것 같아요."
물론 그도 알고 있었다. 인기 절정의 시기에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는, 20대 초반의 백청강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팬들은 물론, 그를 지켜보던 대중에게도 '암'이라는 단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식이었기에,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건강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마 평생 따라올 거예요.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작은 병도 아니고, 암이라는 병이니까요. 제가 그때 겨우 23살이었거든요. 젊은 나이에 암이라니 너무 놀랄 일이죠. 저도 처음엔 '왜 나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17살 대장암 말기 환자도 봤어요. 어떻게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병을 겪나 싶었죠. 그러면서 마음이 많이 겸손해졌어요. 그리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백청강에게 인생은 늘 거센 파도의 연속이었다. 한순간에 정점에 올랐다가도 이유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들을 수차례 겪으면서, 그는 어느 순간부터 '기쁨'조차 경계하게 됐다.
좋은 일이 찾아와도 마냥 즐기지 못했다. 기뻐하려는 찰나, 다시 안 좋은 일이 닥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불안은 그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항상 인생이 파도 같았어요. 올라갔다가 훅 내려가니까 좋은 일이 있어도 기뻐하질 못했죠. '이렇게 좋아해도 또 나쁜 일이 생기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좀 달라졌어요. 좋은 일이 오면 오히려 '와라, 받아들일게'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요. 나쁜 일이 생기면 그땐 그냥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견디죠.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졌어요."
백청강은 한때 '아팠던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처음에는 "내가 아팠으니까 그러겠지" 하며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인식이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커졌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그 시절의 기록은 여전히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왕 지울 수 없는 꼬리표라면, 이제는 '극복'과 '희망'의 상징으로 받아들이자"고.
"솔직히 '건강할 때 건강 지켜라'는 말, 예전엔 그냥 흘려들었어요. 근데 아프고 나니까 그 말이 그냥 말이 아니더라고요. 건강을 되찾고 난 뒤 초반에는 고칼로리 음식, 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음식 전부 안 먹으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못 참을 때도 많았는데, 그저 건강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완치됐지만, 아팠던 경험이 있으니까 여전히 조심하려고 해요. 건강검진도 의무처럼 해요. 안 하면 괜히 불안하거든요. 혹시라도 뭔가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냥 차라리 속편하게 검사받는 게 마음이 놓여요."
오랜 공백을 끝내고 다시 한국 무대에 선 백청강. 이번 복귀는 단순한 활동 재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그저 조용히, 그러나 절실하게 말하고 싶었다. "나, 아직 살아 있다"고.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주고, 무대 위의 백청강을 알아봐줄 때마다 그는 문득 깨닫았다. "그래, 나는 아직 가수로 살아 있구나"라고.
"누군가 백청강을 알아보고, 또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 나 아직 살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렇게 활동하다가 또 그만둘 수도 있겠죠. 그래서 너무 많이 알리려고는 하지 않아요. 혹시라도 무의미해지면 어쩌나, 그런 생각도 드니까요.
그런데 절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만약 정말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빨리 포기하고, 또 살 길을 찾아야겠죠. 그래도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해온 게 노래밖에 없어서요. 아직은 조금 더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JNR엔터테인먼트, 방송 화면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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