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레딩대 연구진 분석 결과
기온 상승이 항공기 이륙 성능에 영향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 기온이 계속 오르면, 앞으로 수십년 뒤엔 유럽 일부 공항에서 항공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승객 10여명의 자리를 없애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영국 레딩대 소속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에어로스페이스’에 발표한 논문에 유럽 30개 공항에서 2050년 전후 30년 사이 기후변화가 여름철 항공기가 이륙할 때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선 ‘최대 이륙 중량’(MTOW)에 맞는 ‘이륙 필요 거리’(TODR)를 확보해야 하며, 무거울수록 더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만약 어떤 이유로 항공기의 이륙 성능이 이전보다 떨어지게 된다면, 여러모로 제한적인 활주로 길이를 늘리는 것보다는 항공기의 무게를 줄여야 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다른 조건들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가 팽창해 밀도가 낮아진 결과 항공기가 뜨려는 양력(lift)을 가로막는 항력(drag)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10개의 최첨단 기후모델과 3개의 미래 배출 시나리오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항공기의 최대 이륙 중량과 이륙 필요 거리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 추정치를 구했다. 여러 항공기 가운데 에어버스의 에이(A)320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 항공기가 유럽 전역에서 단거리·중거리 항공편에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30개 공항 대다수에서 이륙 필요 거리의 중간값 변화는 각 공황 활주로 길이보다 5~110m가량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 때문에 이륙 필요 거리가 늘어난다 해도, 평균적으론 활주로 길이를 넘어서진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연구진은 “21세기 중반까지 일 최고기온 분포의 변화 때문에 이륙 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활주로 길이가 짧은 일부 소규모 공항에선 이를 맞추기 위해 항공기의 최대 이륙 중량을 줄여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항공기를 띄우는 공기역학. 논문 갈무리
연구진은 지중해에 위치한 네 곳의 인기 관광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스의 키오스섬, 이탈리아의 판텔레리아섬, 이탈리아의 로마 참피노섬,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섬 등이다. 연구진이 이 네 곳 섬에 있는 공항의 승객 수 감소를 정량화해 분석한 결과, 2065년까지 항공편당 5~12명의 승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논문의 주저자인 조니 윌리엄스 레딩대 박사(기상학과)는 “과거에는 여름에 단 하루 정도 발생했던 (극단적인) 기상 조건이 2060년대에는 일주일에 3~4일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소규모 공항에서 항공기 무게를 줄여야 하는 더운 여름날이 더 흔해진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승객 수가 감소함에 따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행 항공편 가격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영국 히드로 공항이나 개트윅 공항과 같은 대형 공항들은 극심한 더위 속에서 중량을 줄이지 않고도 A320 정도의 항공기를 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더 긴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A380 같은 대형 항공기의 경우엔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등 지속가능한 기후 경로를 따르면 이러한 영향을 줄일 수 있겠지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면 문제가 훨씬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문 정보
Quantifying the Effects of Climate Change on Aircraft Take-Off Performance at European Airports
doi.org/10.3390/aerospace12030165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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