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후보 김동연 지사
모든 국민 민생지원금에는 반대
금투세 폐지 동의도 원칙 어긴것
책임있는 정치인은 증세 말해야
친정이지만 기재부 분할 바람직
◆ 2025 대선 레이스 ◆
"시장 경제를 무시하는 진보는 엉터리 진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제 정책이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슬쩍 던지자 김동연 경기지사(68)는 정색을 하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16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시장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공정·불형평 문제에 진보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제대로 된 진보라면 오히려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6·3 대선에 출사표를 낸 김 지사는 사실 '개천용'이다. 경선 라이벌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처럼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고학 끝에 일국의 경제부총리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경제관에 있어선 이 전 대표와 여러 대목에서 각도를 달리한다.
이 전 대표가 최근 성장을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이미 지나간 얘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20년 전 제가 참여정부 때 주도했던 '비전2030'에서 다 나왔던 이야기"라며 "지금은 '몇 퍼센트 성장하겠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하우투(How to·방법)'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민생지원금'과 '기본소득' 정책 구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또 민주당이 금융투자세 폐지에 동의한 것을 두고는 "당이 가진 원칙을 어겼다"며 "옳지 않은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표를 위해 당의 정체성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진보가 시장을 경시한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시장 경제를 무시하는 진보는 엉터리 진보다. 제대로 된 진보는 시장을 존중한다. 다만 진보는 과정에서 생긴 불공정과 결과에서 나온 불형평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시장 실패 해결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AI(인공지능)나 성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을 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 왔는데.
▷나는 보편적 민생지원금에 반대한다.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고통받기 때문에 지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 지원금은 소비 진작과 투자, 성장이 목적이다. 기본소득 역시 아주 장기적으로는 검토할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무조건성, 정기성, 현금성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데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근로의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감세 공약이 쏟아지는데.
▷정치권이 포퓰리즘적으로 감세만 얘기하는 것은 유감이다. 조세 정책은 체계 전체를 보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망가진 나라를 감세로 바로 세울 수는 없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증세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렇다. 지금 감세 경쟁을 일으키는 것은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바람직하지 않은 주장이다.
―증세를 어떻게 하나.
▷(경기 개선을 위해)5년 내 국가채무비율을 5% 정도 높일 필요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에게 호소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후에는 세출을 구조조정해서 국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리고 70조원에 이르는 비과세 감면 혜택을 손봐야 한다. 이런 과제를 끝낸 뒤에는 국민께 증세가 필요하다고 호소해야 한다.
―관세 전쟁 국면에서 대응책은.
▷외교는 이념이 아니라 실리다. '매파'와 '비둘기파'라는 진영 외교를 넘어 '부엉이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명하고 영리하게, 철저히 국익을 따라가야 한다. 한미관계는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안보 외교로 확대돼야 한다.
―기획재정부 개편에 대한 생각은.
▷기재부는 해체 수준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재정부와 기획예산처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제 친정이지만 단호하고 아픈 마음으로 제안한다. 지금 기재부에는 너무 많은 권한과 기능이 집중돼 있다.
―개헌과 관련한 입장은.
▷제7공화국으로 가야 한다. 개헌으로 대한민국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3년으로 임기를 단축해서 다음 대통령을 뽑도록 하고, 이 일을 완수한 뒤에 표표히 물러나고 싶다.
―가장 큰 차별점을 꼽는다면.
▷제 강점은 '경제' '글로벌' 그리고 '통합'이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탄핵 후 경제 재건까지 수많은 위기를 해결한 노하우가 있다. 김동연은 정치적 계파도, 조직도 없는 '흙수저' 출신 정치인이다. (판자촌에서)강제 이주를 당했던 아이가 대한민국의 경제부총리, 경기도지사가 됐다. 사회에 많은 빚을 졌다. 국가와 국민이 길러준 제 모든 경험과 역량, 열정을 다해 경제도약과 국민통합을 이루겠다.
[전형민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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