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암호화폐 법제화 관련 논의가 더딘 사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전략이 다변화하고 있다. 기본 현물 ETF에서 나아가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 출시는 물론 미 뉴욕증시 대표 지수와 암호화폐에 동시에 투자하는 형태의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미국에 상장된 암호화폐 현물 ETF로 총 36억4000만 달러(약 5조1450억원)가 순 유입됐다. 총 운용자산은 1148억 달러로, 특히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IBIT’로만 올해 70억 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금 현물에 투자하는 SPDR 골드셰어즈 ETF(GLD) 유입액을 넘어선 수치다.
미국에서는 2022년 10월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된 뒤 2024년 1월과 7월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가 각각 허용됐다. 현재는 솔라나 등 기타 코인에 대한 현물 ETF 출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상품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커버드콜이나 버퍼형 암호화폐 ETF가 대표적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해당 ETF를 기초로 한 옵션거래가 지난해 11월 개시되기 시작한 이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1년간 원금을 100% 보호하는 형태의 ‘CBOJ’,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최대 15% 손실을 보호하는 형태인 ‘BFAP’, 비트코인과 금에 동시에 투자하는 ‘BTGD’ 등이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다양화는 비트코인 ETF 시장 유동성 개선과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제도적 기반 강화, 기관 투자자의 비트코인 헤징(위험 회피) 및 레버리지 트레이딩 전략 활용 확대 등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과 비트코인을 결합한 형태의 ETF도 등장했다. 지난 2월 18일 출시된 미국 투자회사 ‘Volatility Shares’의 ‘OOQB’가 한 예다. 이 상품은 나스닥100지수와 비트코인에 동시에 투자되는 형태로 지난 9일 기준 순 자산은 136만5515달러를 기록했다.
6·3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가상자산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되기까지 거쳐야 할 절차들이 많이 남아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기초자산’에 암호화폐를 추가하는 법 개정 사항부터 지난해 7월 19일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은 2단계 입법화 작업과 암호화폐 과세 관련 논의, 헤지 수단 등 제도적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화, 산업 발전을 위해 암호화폐 현물 ETF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금융 당국의 규제도 촘촘해지면 소수 플레이어의 소위 ‘장난’에 의해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거리는 일도 적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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