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 2천 명 규모와 관련해 조정 여지를 남겨두며 대화에 의욕을 보이는 가운데, 정작 의료계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의정 갈등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어제(8일) 의대 증원의 유예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증원 규모에 관해서는 "만약 의료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재차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입장을 놓고 의료계 내분 조짐이 읽히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임현택 당선인(오른쪽)과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
법정 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현재 의협을 이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인 사이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비대위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안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 것을 예고하며 대화의 기대가 커졌지만, 다음 달부터 의협의 '운전대'를 잡을 임 회장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임 회장 측인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어제(8일)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인수위는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양측이 대화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여기에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엇박자를 냈습니다.
사진=박단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어제(8일)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비대위는 "그동안 (의료계가)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제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곳에 모여서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강조했지만, 임 차기 회장과 박 위원장이 의협 비대위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의료계의 '단일대오' 형성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피로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교수 336명을 대상으로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대해 설문한 결과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비율은 응답자(253명)의 87%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주 100시간 이상 진료한다고 답한 비율도 11.9%나 됐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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