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사과와 배 가격 모두 1년 전에 견줘 90%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상승률이다. 지난달 1500억원 상당의 재정 투입을 했으나 과일 물가와 고물가에 흔들리는 민심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물가 발표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무기한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두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특히 농축수산물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11.7%로, 2021년 4월(13.2%) 이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이 1년 전보다 20.5% 급등한 탓이다.
농산물 가운데서도 과일 가격 오름세가 가팔랐다. 지난달 과일 가격 상승률은 40.3%에 이른다. 특히 ‘국민 과일’인 사과와 배의 가격 오름폭은 각각 88.2%, 87.8%다. 통계청이 사과와 배 가격을 조사한 1980년 1월과 1975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작황 부진 영향이 계속 이어지는데다, 지난해 이맘때 가격이 쌌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겹친 탓이다. 귤 가격 상승폭 또한 68.4%로 매우 높았다. 채소류인 토마토와 파도 각각 36.1%, 23.4% 급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계청의 3월 물가 발표 직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1500억원 규모의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으나 과일 등의 품목 가격 안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재정 투입의 기한과 규모를 모두 ‘무제한’이라고 발언한 것은 재정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정치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기획재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재정 지원 노력을 지속한다는 강한 의지를 (윤 대통령이) 피력한 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박수지 이승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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