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도 그러더니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2년 전 대선은 ‘비호감’ 후보끼리 경쟁이다 보니, 당시에 이 후보가 싫어서 저 후보를 찍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딱히 마음에 드는 정당은 없고, 이 당이 별로라서 저 당의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흔히 들린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걸까. 여야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호남에서 조용한 경고가 보인다.
한국갤럽 3월 4주 차 조사(26~28일 1001명 대상 자체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정당 지지율 결과에서 눈길을 잡는 부분이 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TK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에 대한 지지가 단연 높다. 그런데 무당층 비율이 24%나 된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4.3.21 [공동취재] psik@yna.co.kr (끝)
또 텃밭 TK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단연 높게 나오지만 ‘모름·응답거절’ 비율이 11%다. 다른 지역에서 모름·무응답 비율이 2~5%에 그치는 것과 비교된다. 여당과 대통령에 선뜻 마음을 주지 못하는 TK 유권자가 꽤 된다는 거다.
게다가 민주당과 ‘맥’을 같이하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TK 지지율이 10%를 기록했다. 여당을 향해 경고를 보내는 듯하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는 것 같지도 않다. 위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었는데, 호남 응답자의 41%가 조국혁신당을 꼽았다. 민주당 주도의 더불어민주연합을 꼽은 비율인 35%를 웃돈다. 아무리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은다)라는 분위기가 있다지만 이건 그 의미 이상의 현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가운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광주 북구청사거리에서 열린 민주당 광주 북구갑·을 정준호·전진숙 선거 캠프 합동 출정식에 참석해 두 후보와 손을 맞잡고 유세하고 있다. 2024.3.29 [민주당 광주시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reum@yna.co.kr (끝)
또 총선 결과에 대한 기대(정부 지원 위한 여당 후보 당선 또는 정부 견제 위한 야당 후보 당선)에서 호남은 15%가 모름·무응답이다. 충청 지역 다음으로 높다.
요즘 여야 모두 상대 정당을 항해 날이 잔뜩 선 발언을 뿜어내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텃밭은 조용하지만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쯤 되면 총선 뒤 승패와 상관없이 여야 어느 곳도 환호할 수가 없다.
이상훈 MBN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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