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미끼로 ‘댓글공작팀’을 모은 리박스쿨 운영진의 정체가 차례로 밝혀지고 있다.
리박스쿨 교육국장이자 댓글팀 ‘자손군’의 총괄 리더를 맡은 최정미 씨는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지원을 받은 관변단체 ‘노노데모’의 회계 담당자였다. 이와 동시에 최 씨는 국정원 연관 단체 블루유니온 소속 레이디블루의 간부로도 활동했다.
최 씨는 리박스쿨과 트루스코리아가 공동 운영한 댓글공작팀 ‘자손군’의 총괄 리더이기도 하다. 취재진은 지난 5월 이곳 카톡방에 잠입해, 그가 직접 댓글 작업을 지휘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최정미 리박스쿨 교육국장이 ‘자손군’ 단톡방에 자신이 게시한 댓글을 공유하는 모습.
리박스쿨 교육국장의 과거 정체는 국정원 관련 단체 ‘노노데모’ 회계 담당자
최 씨는 과거 '노노데모'라는 단체의 회계 관리자이자 운영진이었다. 노노데모는 ‘국가와 국민을 위협하는 과격 불법 시위는 반대한다(No Democracy)’는 의미로 2008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당시 서울 광화문에서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노노데모는 촛불에 맞서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후 노노데모는 국정원 외곽단체로 선정돼 포스코의 지원을 받았다. 국정원은 2009년부터 3년에 걸쳐 보수 단체와 기업을 1:1로 맺어서 지원하는 ‘대기업 매칭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보수단체를 S, A, B, C, D급으로 나눠 삼성·LG·SK·한화 등 대기업과 연결한 것이다. 노노데모는 B급으로 분류돼 포스코와 매칭됐다. 이런 식으로 32억 원이 넘는 대기업 돈이 18개 보수단체로 흘러 들어갔다.
2011년 경찰청이 꾸린 온라인 부대에도 노노데모가 포함됐다. 경찰청 보안국은 경찰 1800여명과 인터넷 보수단체(23개 단체, 77,917명)를 활용하는 ‘인터넷 여론 조작 대응팀’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회원 4만 명 규모를 자랑하는 노노데모가 포함됐다.
최 씨가 노노데모 네이버 카페에 쓴 글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2008년 6월 19일, 최 씨가 노노데모 네이버 카페에 후원금 현황을 보고한 게시물.
자손군 총괄리더 최 씨가 노노데모 회계 담당 최 씨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은 공개된 전화번호와 네이버 아이디로 확인된다.
2008년 8월 5일, 노노데모 네이버 카페에는 ‘노노데모 깃발은 시청역 5번출구에서 연단을 마주보고 왼쪽에 있다. 그래도 모르시겠다면 긴급연락처는 010-****-****’라는 게시글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번호는 현재 최 씨가 사용하고 있는 번호와 일치한다. 또 노노데모 카페에서 사용하는 최 씨의 아이디 ‘sisay****’ 역시 현재의 네이버 아이디와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최 씨는 당시 ‘레이디블루’라는 블루유니온 국정원 연계 단체에서도 운영진으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된다. 2014년 10월 10일, 블루유니온이 미시USA 관련자들의 입국을 거부하는 청원을 법무부에 제출했는데, 이때 박근혜 청와대가 관여했다.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미국 최대 한인 여성 커뮤니티 ‘미시USA’를 견제하기 위해 블루유니온을 동원한 정황이 자필로 적혀 있었다.
블루유니온은 레이디블루, 블루아이즈, 블루투데이 등과 함께 활동하며 운영진도 동일하다.
레이디블루 네이버 카페 운영진에 최정미(sisa*****)의 이름과 아이디가 확인된다. (출처: 네이버 카페 레이디블루)
아스팔트 극우 단체 ‘신자유연대’ 사무국장도 최 씨
이후 최 씨는 아스팔트 극우 유튜버 김상진과 함께 신자유연대를 운영했다. 신자유연대는 자유연대 사무총장이던 김상진 씨가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와 갈등을 겪은 뒤 새로 만든 단체다.
최 씨는 신자유연대에서 대외협력국장과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4월, 김상진이 협박과 공무집행 해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최 씨가 석방 운동을 벌였다. 신자유연대는 매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 설치를 방해하기도 했다.
2024년 2월, 신자유연대는 서울 양재역에서 버스를 대절해 전주시에 소재한 국민연금공단까지 가서 ‘포스코 지키자’ 집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 담당자가 바로 최정미 씨였다.
신자유연대의 전주 집회 참가자를 인솔하는 담당자로 최 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출처: 네이버카페 국민의힘 평당원 협의회)
최 씨는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가 창간한 서울미디어뉴스의 부편집인이기도 하다. 서울미디어뉴스는 전광훈 목사의 자녀 전 모씨가 편집인을 맡고 있다. 서울미디어뉴스 창간 직후 첫 기사는 최 씨가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인터뷰한 기사다.
인터넷신문사 서울미디어뉴스의 첫 기사는 최 씨가 작성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인터뷰다. (출처: 서울미디어뉴스)
강원도는 지난 5월, 서울미디어뉴스에 220만 원 상당의 배너광고를 게재했다. 극우 인사들이 운영하는 매체에 지방자치단체의 세금이 흘러들어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리박스쿨이 과감하게 댓글 공작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당국의 고의적인 방치와 윤석열 정부의 은밀한 재정적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때부터 다양한 이름의 단체에서 '1인 5역'을 해온 최정미 씨는 별다른 법적 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노데모에서 활동한 적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씨는 “그런데요?” 라고 짧게 반문한 뒤 전화를 끊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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