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때보다 수수료율 낮은데…추가 인하 '역마진' 우려
여신협회, 카드사에 "소비쿠폰 과도한 마케팅 자제" 요청
6일 서울시내의 한 전통시장이 북적이고 있다. 2025.7.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김도엽 한지명 기자 = 12조 원대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카드사에 가맹점수수료율을 더 낮출 것을 요구하면서 카드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소비쿠폰 도입 관련 업계의 상황과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정부와 대화 시도에 나섰다.
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는 소비쿠폰 도입과 관련해 카드사와 논의를 나누던 중 가맹점에 부과되는 결제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쿠폰 도입을 준비하면서 행안부와 회의를 하다가 인하 요청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소비쿠폰은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인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쓸 수 있다.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 대부분은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이들에겐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데, 추가 인하까지 할 경우 카드사들은 '역마진'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쿠폰 결제와 관련해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때와 달리 가맹점수수료율이 이미 크게 인하됐기 때문이다.
현재 가맹점수수료율은 연 매출 △10억 원 이하 0.4% △10억~30억 원 1.45% 등으로 책정되어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신용(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 매출 기준 △3억 원까지 0.8%(0.5%) △3억~5억 원 1.3%(1.0%) △5억~30억 원 1.6%(1.3%) 수준이었다.
과거 문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시 적용됐던 카드 수수료율과 견주면 카드사가 가져가는 몫은 더욱 적어진 셈인데, 여기에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영세·중소 가맹점에서는 이미 낮은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어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수수료 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사업"이라고 했다.
이에 여신협회는 최근 업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김민재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차관)과 면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행안부 측 관계자는 "여러 가지 소상공인 지원책 차원에서 수수료율 인하가 논의된 것은 맞다"며 "카드사 쪽에서 차관과 면담을 요청했다는 건 아직 전달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2020년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카드 업계는 약 80억 원의 적자를 입었는데, 수수료율이 낮아지면서 적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재난지원금 결제 정산에도 약 3개월이 걸렸는데, 그동안의 가맹점 대금은 카드사들이 대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결제 승인·중계를 담당하는 VAN(부가통신업자)사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 재난지원금 신청에 따른 직원들의 시간 외 수당, 문의 사항에 대비한 콜센터 운영 등의 비용도 카드사가 부담한다. 이러한 비용에 대해선 별다른 지원은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에 따르면 소비쿠폰 지급 규모는 12조1709억 원 규모에 달한다. 1~2차 지급에 걸쳐 1인당 15만~55만 원 받을 수 있으며 거주 지역에 따라 3만~5만 원을 추가로 수령할 수 있다.
오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은 카드사 앱·홈페이지, 지역사랑상품권 앱,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진행된다. 신용·체크카드는 9개 카드사(KB·NH·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BC) 및 카카오뱅크,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한 다음 날 카드 포인트로 충전되며, 일반 결제보다 우선 사용된다.
한편 여신협회는 전날(8일) 카드사와 비공개회의를 열고 소비쿠폰을 활용한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카드사는 과거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이용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커피 쿠폰 지급, 캐시백 이벤트 등을 벌인 바 있다. 이후 금융당국은 '공적 자금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지 마라'고 업계에 경고했고, 카드사는 진행하고 있던 이벤트를 줄줄이 중단한 바 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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