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와 지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업가치평가’를 놓고 혼란을 느끼 창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라도 스톡옵션, 지분 이전 등 상황에 따라 기업가치가 다르게 평가되기 때문인데요. 강경구 브릿지파트너스 회계사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기업가치평가방식과 스타트업 창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업가치평가의 핵심 포인트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오인해 실제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납부하기도 하고, 주식거래 과정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같은 회사임에도 평가 목적과 방법에 따라 기업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평가 방법 선택하는지 기업가치 달라진다
기업가치평가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세법에서 규정하는 ‘비상장주식평가’고, 다른 하나는 투자업계에서 통용되는 ‘밸류에이션’이다. 전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따르며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개념이고, 후자는 다양한 추정방식과 함께 미래성장가능성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개념이다. 같은 회사라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시가’로 평가하는 비상장주식평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상장주식평가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한다는 측면에서 보수적 접근이라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과거 데이터만 보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원칙은 ‘시가’다. 가족, 친인척과 같은 특수관계가 아닌 제3자간 거래된 주식가액은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일정기간 동안 거래된 주식의 액면금액의 합계가 액면가액의 합계액으로 계산한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액 또는 출자총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과 3억원 중 적은 금액의 미만인 경우 시가에서 제외한다. 제3자간 거래가격을 조정해 시가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만 시가로 적용하도록 제약을 둔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구주거래 규모로는 시가를 통한 거래 규모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통상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충적평가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기업의 가치를 기업의 순자산과 그 기업이 창출하는 순손익의 합으로 보는 것으로, 과거의 실적과 현재의 순자산가치를 중심으로 산정된다.
즉,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기업특성에 따라 3:2 또는 2:3의 비율로 가중평균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처럼 높은 미래 성장가능성을 기반으로 투자받는 기업의 경우 투자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미래’ 가치에 주목하는 밸류에이션
투자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업가치평가방식인 ‘밸류에이션’은 미래 성장가능성과 수익창출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주요 방법으로는 절대가치법인 현금흐름할인법(DCF), 상대가치법(PER, PBR, EV/EBITDA 등) 등이 있다. DCF는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산정하는 방식이고, 상대가치법은 유사 기업의 거래 배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추정한다. 상대가치법에서는 기업이 속한 산업군 등에 따라 기업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주당순이익(PER), EBITDA(이자, 법인세 및 감가상각비 차감전 순이익) 등 기준을 달리해 배수를 산정한다. 겉으로 다르게 보이나 두 방식 모두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상증세법 평가보다 높은 가치를 산출한다.
최근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업계에서는 ‘엑싯’ 시점에 예상되는 기업가치와 목표 ROI(투자수익률)를 통해 기업가치를 구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유사 스타트업 대비 가중치를 부여해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스코어카드’ 방식이 있으며 이외에도 여러 가치평가 방법이 있다. 모두 미래가치를 기업가치에 반영하는 개념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시가’라고 판단되는 ‘최근 기업이 투자받은 기업가치’가 이러한 방법으로 산정되기도 한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적정한 기업 평가 방법
기업가치평가가 필요한 순간은 다양하다. 그 순간마다 적절한 기업가치평가를 거쳐야 기업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스타트업 성장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례를 통해 어떤 기업 평가 방법이 적정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첫번째로는 플립 시점의 양도세를 우려하는 스타트업의 사례다. A 스타트업은 최근 시리즈 투자에서 주당 5만원의 가치로 평가받았다. 이후 투자자 동의를 얻어 해외 상장을 위해 플립을 진행하려는데 창업자는 양도세가 걱정이다. 투자가격 기준으로 산정하면 높은 주식 양도소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상증세법상 시가로 인정받기 어렵다. 기업의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은 사업의 미래가치, 성장가능성, 자금조달가능성, 경영권 참여 및 사후 배당부담 등 주관적 요소가 반영돼 결정되므로 불특정다수인 사이에서 객관적으로 형성된 매매사례가액(시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국세청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증세법상 시가로 볼 수 있을 만한 규모의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게 된다. 이때 평가액은 투자 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보다 훨씬 낮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창업자의 우려만큼 높은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스톡옵션 행사 시점의 주식 시가 산정 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스톡옵션 행사이익 산정을 위해서는 행사시점의 주식 시가가 필요한데, 이를 최근 투자받은 주당 가치로 봐야 하는지 상증세법상 평가로 봐야 하는지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스톡옵션 행사가액 산정을 위해서는 스톡옵션 행사 시점의 기업가치평가가 필요하다.
스톡옵션의 행사가액은 상법상 시가(주식의 실질가액)와 액면가액 중 큰 금액으로 정한다. 그런데 시가를 알기 위해선 기업가치평가가 필요하고 스톡옵션 행사이익을 산정하기 위해선 주식 시가와 행사가액의 차액을 알아야 한다. 이 경우 플립과 동일하게 일정규모 이상의 제3자간 구주거래가액을 시가로 본다.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상증세법상 보충적평가액을 적용한다.
공동창업자에게 주식을 양도할 때에도 적정 기업 평가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가령 한 회사에서 창업자가 다른 공동창업자에게 주식을 양도하거나 증여하려고 한다. 기업의 미래 성장을 감안하면 꽤 큰 규모의 주식을 이전하는 셈이다. 이때 양도세나 증여세는 얼마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
창업자와 공동창업자 간 특수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당사자끼리 적정가액을 정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때는 시가를 산출해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시가와 30% 이상 차이가 나는지와 그 차액이 3억원이 넘는 지에 따라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가와의 차액이 3억원을 넘지 않는 소규모 거래가 더 많다보니 특수관계에 놓이지 않은 이들끼리의 증여세 이슈가 흔히 간과된다. 이런 경우의 시가 산정을 위한 기업가치는 위의 사례들과 동일하게 제3자간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가액이나 상증세법상 보충적평가액을 따른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 기업가치평가는 언제 사용되는 걸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타트업 투자다. 기업의 성장가능성 등 여러 미래 잠재력을 평가한 뒤 신주의 시가에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액면가가 500원인 주식도 1만원에 발행될 수 있다. 기업 간 인수합병(M&A) 시에도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 기업가치가 사용된다. 단, 세무 리스크가 있는 경우 상증세법상 평가방법이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목적에 맞는 평가방법 택해야 위험 피할 수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론적으로 비상장기업의 주식가치평가는 과거 실적을 반영하는 세법상 평가와 미래 가치를 추정하는 투자 관점의 밸류에이션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성격과 목적이 다르므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불필요한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특히 세금 문제가 큰 사안에선 어떤 평가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하고, 세무 문제가 큰 경우에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 적정 기업가치 범주를 산정해야 한다. 상장주식과 달리 하루하루 종가가 달라지는 비상장주식은 가치 산정 과정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숙해질수록 정확하고 합리적인 기업가치평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기업가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회사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나, 평가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지한 후 중요한 순간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강경구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
△ KB국민은행 SME마케팅부 중소기업컨설팅
△ 안진회계법인
△ 재무감사·세무·CFO 자문
△ 브릿지코드 파트너 CPA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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