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21일 통산 10번째 맞대결서 각각 4.2이닝4실점,6이닝2실점 투구SSG와 KIA가 도합 358승을 거둔 대투수의 맞대결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는 2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양 팀의 6번째 맞대결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SSG는 이날 NC 다이노스에게 7-5로 역전승을 거둔 7위 kt 위즈와의 승차가 없어졌고(36승3무33패) KIA는 비로 경기가 열리지 못한 삼성 라이온즈에게 승률에서 앞선 4위 자리를 유지했다(37승2무33패).
SSG는 오태곤과 박성한이 솔로홈런을 포함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냈고 KIA에서는 리그 최고령 타자 최형우가 통산 408번째 홈런(시즌 13호), 2루수로 출전한 박민이 프로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다. 사실 이날 경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두 좌완 투수 김광현과 양현종의 10번째 맞대결로 야구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두 선수는 모두 승리를 챙기지 못한 채 투구를 마쳤다.
야구팬들 뜨겁게 만드는 라이벌 투수의 맞대결
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투수의 맞대결은 언제나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010년대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두 좌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매디슨 범가너의 라이벌전이 성사되면 두 도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KBO리그에서도 출범 초기부터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던 에이스 투수의 맞대결이 큰 관심을 모았는데 바로 고 최동원과 선동열의 라이벌전이었다.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는 최동원이 정규리그 27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4승의 '원맨쇼'로 롯데 자이언츠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다음 해 선동열이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두 투수는 1986년에만 두 차례 맞대결을 벌였지만 1승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그리고 최동원의 전성기가 저물기 시작하던 1987년5월16일, 훗날 영화로도 제작된 전설들의 3번째 맞대결이 열렸다.
당시 두 투수는 연장 1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최동원이 209개의 공으로 60명의 타자, 선동열이 232개의 공으로 56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물론 1980년대에는 투수들의 분업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시절이라 에이스가 한 경기를 모두 책임지는 것은 비교적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두 에이스가 모두 연장 15회까지 200개가 넘는 공을 던진 서로를 향한 뜨거운 승리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1995년에는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OB 베어스를 대표하는 에이스 이상훈과 김상진이 3번의 맞대결을 벌였고 3번 모두 이상훈이 승리를 거뒀다. 결국 그 해 이상훈은 20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17승의 김상진은 8번의 완봉승을 따내고도 삼성의 김상엽과 함께 다승 공동 2위를 기록했다(하지만 1995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은 모두 OB가 차지하면서 두 투수의 희비는 또 한 번 엇갈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김광현의 맞대결 성사 여부가 야구팬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국가대표 좌완 원투펀치였던 한 살 터울의 류현진과 김광현은 최전성기였던 2010년5월 한 차례 맞대결이 예고돼 있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경기 당일 비가 내리면서 맞대결이 무산됐고 메이저리그에서는 물론이고 두 투수가 나란히 30대 중·후반이 된 현재까지도 맞대결이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승자를 가리지 못한 광현종의 10번째 맞대결
류현진이 2012 시즌을 끝으로 LA다저스와 계약하고 11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사이 김광현의 새로운 라이벌로 떠오른 투수가 바로 김광현의 1988년생 동갑내기 좌완 양현종이었다. 물론 2010년대 초반까지는 데뷔 초부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던 김광현이 다소 앞섰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양현종의 전성기가 시작되면서 무섭게 추격했고 두 투수는 어느 순간부터 꾸준히 라이벌로 불렸다.
야속할 정도로 맞대결이 무산됐던 류현진-김광현과 달리 김광현과 양현종은 데뷔 시즌부터 올해까지 통산 9번에 걸쳐 맞대결을 벌였다. 상대 전적 기록은 양현종이 4승3패 평균자책점3.51로3승5패4.42의 김광현보다 조금 앞섰다. 다만 김광현은 지난 5월11일 양현종과의 9번째 맞대결에서 7이닝1피안타7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5.1이닝3실점의 양현종을 상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통산 200승을 노리는 대투수들의 10번째 맞대결답게 21일 SSG와 KIA의 경기에서도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11.2이닝5실점으로 준수한 투구 내용을 보여줬던 김광현은 이날 최형우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는 등 4.2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5사사구4탈삼진4실점으로 부진했다. 최근 5연승을 달리고 있는 KIA 불펜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패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양현종은 4피안타1볼넷6탈삼진2실점으로 시즌 5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동갑내기 친구와의 10번째 맞대결에서 승리가 눈 앞에 보였던 양현종은 9회 작년 세이브왕이었던 마무리 정혜영이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한유섬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고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면서 통산 185번째 승리가 무산됐다.
사실 김광현과 양현종은 4승7패4.06과 5승4패5.10이라는 시즌 성적이 말해주듯 구위는 리그를 호령하던 전성기 시절의 구위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은 언제 은퇴를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여전히 2만3000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제 야구팬들은 'KBO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광현종이 11번째 맞대결을 펼치는 날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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