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코스피 수익률 12%…G20 증시 중 1위
2021년 ‘삼천피’땐 개미가 69%로 시장 주도
이번엔 외국인 비중 32%로 급증…개인 49%
삼성전자 시총 비중 14%…반등땐 지수 상승
반도체 전망 좌우할 대미 관세협상이 관건
3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3,000 선을 깰 수 있었던 건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각종 증시 부양책이 집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부진한 수익률 탓에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조롱이 쏟아졌던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사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3000을 상회하는 숫자를 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원-달러 환율 하락에 외국인 순매수 전환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9개월 동안 38조5000억 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팔아 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한 4월에만 9조4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1400원이 넘던 월평균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390.7원까지 떨어지며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환차익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 역시 커졌다.
코스피는 이달 3일 있었던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연일 연고점을 경신 중이다. 실제로 20일 종가 기준 6월 코스피 수익률은 12%로 1% 안팎의 상승에 그친 G20 증시 수익률 중 1위다. 지난해 워낙 부진했던 기저효과 탓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올해 25.9%, 16.7%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는 미국 S&P500(+1.7%), 나스닥종합지수(+1.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 등은 물론이고 독일 DAX(+15.8%)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피 수익률은 G20 국가 증시 수익률 중 1위다.
● ‘동학개미운동’ 때와는 또 달라
코스피가 처음 3,000 선을 넘겼던 2021년과 현재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2020년 6월 1일부터 2021년 1월 7일까지 46%나 상승했던 당시 상승장에선 개인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했던 탓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 매매 비중에서 개인은 69.0%를 차지해 외국인(14.0%)이나 기관(15.9%)을 크게 앞질렀다.
그래픽=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반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25.9% 상승한 이번 3,000 선 돌파 국면에서는 기관에서 외국인으로 바통이 넘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 매매 비중은 31.8%인 반면 개인은 48.7%로 쪼그라들었다.
대외적인 상황도 다르다. 2021년에는 기준금리가 0.75%에서 0.5%로 낮아지는 등 저금리 상황이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났다. 반면 올해는 기준금리가 3.0%에서 2.5%로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저금리 상황이라고 보긴 힘들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및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 등 내부 요인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 “삼성전자 반등하면 추가 상승 여력 有”
이달 3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한 참석자가 들어가고 있다. 동아일보DB
3,000 선을 뚫은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대내외 여건에 달려 있다. 우선 내적으로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수급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와 자동차, 배터리 등 수출 제조 기업의 반등이 가능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첫 3,000 선 돌파 직전인 2021년 1월 7일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7%에 달했지만 이날은 비중이 14.2%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면 지수 전체의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모멘텀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주주환원 강화 방안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개인의 퇴직연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수급에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따라오지 않는 증시 급등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한국의 낮은 경제성장률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증시가 오를 경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기 힘들 수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의 효과가 지표로 나타나고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야 투자자들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