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루빈 천문대, 정규 과학 관측 준비 마무리 단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광시야 반사망원경 '베라루빈 천문대'가 본격적인 관측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마쳤다. 암흑물질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광시야 반사망원경 '베라루빈 천문대'가 '본격 과학 관측'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마무리하고 있다. 4월 본관망원경(LSSTCam)을 사용한 첫 '시험 관측'을 완료했으며 현재 시스템 최적화 단계에 돌입했다. 올해 말 실제로 연구 목적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정규 과학 관측 단계에 돌입할 예정이다.
베라루빈 천문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카메라를 탑재한 광시야 관측 장비다. 향후 10년간 전례 없는 심도와 속도로 남반구 전역의 밤하늘을 조사한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정밀 측정해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규명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베라루빈 천문대는 4월 본관망원경을 사용해 첫 광자(photon)를 포착했다. 본관망원경은 베라루빈 천문대의 주 관측 장비이자 세계 최대 크기의 디지털 천체 카메라다. 당시 실제 이미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과학 관측에 앞서 마지막 장비 조정과 성능 최적화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베라루빈 천문대가 본격 관측을 시작하면 30초마다 하늘의 다른 영역을 촬영하게 된다. 40개의 보름달을 담을 수 있는 정도의 범위다. 축적되는 방대한 데이터에는 총 200억 개의 은하와 별의 색채, 밝기, 거리 정보가 담긴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 축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우주 지도를 만들기 위한 핵심 자료가 축적된다.
베라루빈 천문대 관측의 목표는 우주의 95%를 차지하지만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다. 암흑물질은 베라루빈 천문대의 이름이기도 한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1970년대 은하 회전을 관측하며 처음으로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했다.
이후 수많은 이론과 실험이 이어졌지만 아직 정체는 규명되지 않았다. 암흑에너지는 1990년대 말 우주의 팽창 속도가 가속된다는 관측 결과를 통해 제기된 개념으로 작용 원리는 미지로 남아 있다.
베라루빈 천문대는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처럼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밝아지는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우리은하가 형성될 당시 합병된 왜소은하에서 끌려온 항성 흐름까지 추적한다. 이를 통해 은하의 진화사를 복원할 수 있다. 항성 흐름의 구조와 왜곡은 암흑물질과의 중력 상호작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소규모 구조에서 암흑물질의 성질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베라루빈 천문대는 또 우주 전체에 분포된 은하들의 불균등한 배열인 ‘우주 거대 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에서 우주 거대 구조는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위에 보통 물질이 응집된 결과로 이해된다. 이들 물질의 정밀한 분포를 관측하는 것은 우주의 초기 형성 조건과 암흑물질의 중력 작용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중력렌즈 현상'도 베라루빈 천문대의 주요 관측 대상이 된다. 중력렌즈 현상이란 강한 중력을 가진 암흑물질이 마치 렌즈처럼 뒤쪽 천체의 빛을 휘게 만들어 왜곡되거나 증폭된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현상이다. 암흑물질의 분포와 밀도, 시간에 따른 변화를 간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베라루빈 천문대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는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망원경 '유클리드'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낸시그레이스로먼우주망원경 등과 함께 우주 탐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히란야 페리스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비롯한 베라루빈 천문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는 일은 인류 공동의 과학적 과제”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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