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6월05일 09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질병 진단’이 글로벌 헬스케어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진단 분야가 크게 주목받은 데 이어 액체생검 등 기존 진단 방식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진단 기술이 개발되면서 관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주요 질환의 조기 진단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술로 질환을 예측하는 ‘예방’ 목적의 진단까지 점차 상용화되며 ‘치료’ 중심이던 의료 헬스케어 패러다임까지 바꿔나가고 있다. 글로벌 산업 분석 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진단시장 규모는 2023년 1200억달러(173조원)에서 2030년 2200억달러(3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전 세계 면역항암제 관련 예상 시장 규모 2196억달러(303조원)를 넘어서는 것이다. 팜이데일리는 의료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바꿀 진단 분야를 총 정리하고 주요 플레이어를 집중 해부하는 기사를 연재한다.[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면역진단 기업들에 전례 없는 기회를 안겨줬다. 엔데믹 이후 대부분의 기업들이 위축됐지만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나타나면서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해온 진단업체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감염병 확산 시 빛 발하는 면역진단
면역진단은 인체의 면역반응, 특히 항원과 항체 간의 특이적 결합반응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인체가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체에 감염되면 항원이 생기고, 이에 반응해 항체가 생성된다. 면역진단은 이 중 항원이나 항체를 탐지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검체로 혈액(혈청), 소변, 타액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며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호르몬 이상, 암 등을 간편하게 빠르게 검사할 수 있다.
면역진단 연구원 이미지 (사진=챗GPT)
면역진단은 분자진단에 비해 비교적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빠르면 수분 내에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고가의 장비 없이도 검사 가능하면서 현장 진단도 가능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임상기관뿐 아니라 가정용 진단 방식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질병 진단의 1차 스크리닝, 감염 유무 확인, 질병 진행 정도를 판단할 때 주로 쓰이며 감염병 확산 시나 응급 상황에 적합한 진단기술이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기도 했다.
면역진단 시장은 급속한 세계화와 잦은 인구 이동으로 전염병 확산 증가, 종양학에서 면역 분석 사용 증가 등의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시장이다. 헬스케어 전문 시장조사기관 투워즈 헬스케어(Towards healthcare)에 따르면 글로벌 면역진단 시장은 2023년 191억달러(약 2조6252억원)에서 2034년 709억달러(약 9조7487억원)로 연평균 성장률 1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K-면역진단 대표주자’ 에스디바이오센서, 재도약 준비 완료
국내 면역진단 기업들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관련 매출이 급증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대표적인 기업이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기준 면역화학진단 매출은 1495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21.5%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분자진단 매출(274억원, 3.9%)의 5배가 넘는 규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던 2021~2022년에는 국내외 수요가 폭증하면서 면역화학진단 분야 매출만 2조원을 넘어서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현장진단(POCT)에 특화된 면역화학진단 의료기기 브랜드 ‘STANDARD Q’ 제품을 통해 48종의 질환 진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 제품인 STANDARD Q 코로나19 항원신속진단키트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승인을 받았으며 이후 국내 식약처 승인,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 승인(COVID-19 AT-HOME TEST), 독일 의약품및의료기기연방청(BfArM) 승인, 호주 연방 의료제품청(TGA) 승인, 일본 후생성 승인,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 승인 등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모두 통과했다. 회사는 해당 제품을 전문가용 제품과 개인 자가진단용 제품으로 나눠 공급하면서 의료 전문가 대상으로 국한됐던 시장을 개인 사용자 대상으로 확대했다.
현재 에스디바이오센서는 STANDARD F 제품군을 개발 중이며, 형광면역진단 정성 분석 측정기(F10)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 완료한 STANDARD F 제품만 11개에 달하며, 50개 질환에 대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 기존 STANDARD Q에 비해 민감도, 특이도 등 정확도를 높이고 질환의 유무뿐 아니라 바이러스 등의 농도를 측정해 질환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자사가 면역진단 외에도 혈당측정기, 분자진단 등이 가능한 진단의 토탈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한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R&D에 강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팬데믹이 왔을 때 가장 빠르게 코로나19 신속항원진단키트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WHO EUL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향후 진단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량생산 시스템도 구축해뒀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국내 생산시설로는 충청북도의 청원공장, 증평공장, 오송2공장이 있으며, 해외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생산시설과 영업조직을 모두 갖춘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벌어들인 현금을 글로벌 영업망에 투자하며 넥스트 팬데믹에 대해 방비를 단단히 해둔 셈이다.
넥스트 팬데믹 기회 잡을 면역진단업체들은?
일각에선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면역진단업체에 또 기회가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면역진단 기업들이 코로나19 특수를 본 뒤 이전 수준의 실적으로 복귀했지만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해온 일부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기업으로 더바이오메드(214610), 바디텍메드(206640), 수젠텍(253840), 엑세스바이오(950130), 젠바디, 휴마시스(205470) 등이 거론되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엔데믹을 거치면서 면역진단업체로서 정체성이 약해진 상태라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중 바디텍메드는 최근 3년간 면역진단카트리지와 면역진단기기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를 넘겨온 면역진단업체이다. 특히 면역진단 제품매출이 최근 3년간 1106억원→1297억원→1347억원으로 꾸준히 1000억원대를 넘긴 것은 물론, 엔데믹 이후에도 성장세를 보여왔다. 비타민D 및 빈혈진단 제품을 출시하는 등 제품다각화를 실시한 덕이다. 바디텍메드는 면역진단을 넘어 생화학, 혈액분석, 동물진단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젠바디 역시 다중진단제품을 개발하는 등 넥스트 팬데믹에 대해 준비된 업체라는 평가다. 젠바디는 감염병의 동시 유행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젠바디 인플루엔자/코로나19 Ag 트리플 키트’(GenBody Influenza/COVID-19 Ag Triple Kit)를 개발했다. 단일 검사로 코로나19, 인플루엔자 A·B 등 세 가지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키트이다.
단 국내 면역진단업체들은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최근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다가 사그라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도 있지만 아니더라도 큰 타격이 없도록 비(非) 코로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각종 전염성 질환에 대해 평소에 대비해온 업체가 특수한 상황이 왔을 때 발빠르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새미 (bir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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