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이라는 새 정부…'교육자료'로 격하
신사업 매출 늘기 시작했는데…"큰 흐름 안 변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 새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관련 사업을 이어오던 LG헬로비전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LG헬로비전은 최근 코드커팅(유료방송해지)으로 본업이 정체하면서 에듀테크(EduTech·교육+기술) 같은 신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해왔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추후 법안소위에 부쳐지면 실제 법안 논의가 시작된다.
AI 교과서는 전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올해 3월 도입을 시작했다. 다만 올해는 시범 도입이어서 1종 이상의 AI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전국 1만1932개 초·중·고교의 32.4%인 3870곳에 그쳤다.
적용 대상과 범위는 내년부터 점차 확대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교과서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한 데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잘못된 AI 교과서 정책을 바로잡고 미래교육 기반을 제대로 구축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관련 정책 손질은 시간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에듀테크업계 관계자는 "AI 교과서 얘기가 나온 게 벌써 3년이나 됐다. 여기에 맞춰서 준비해 온 업체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당장 스마트 단말기를 안 쓰겠다는 학교도 나올 텐데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 건 무책임하다"고 토로했다.
스마트 단말기 보급 사업에 한창인 LG헬로비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북·광주·서울교육청에서 4250억원 상당의 스마트 단말기 공급 사업을 수주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스마트 단말기는 AI 교과서에 접속하기 위한 필수 매개체다.
관련 실적도 가시화해오던 참이다. 올해 1분기 교육 현장에 AI 교과서가 도입되면서 스마트 단말기 등 상품판매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191% 급증한 445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연간 스마트 단말 매출(519억원)의 85%를 석달 만에 올린 셈이다.
LG헬로비전은 스마트 단말기 공급 같은 에듀테크를 비롯해 가전제품 렌탈·할부판매, 지역 커머스 등 사업 다각화에 한창이다. 본업은 가입자에게 일정 대가를 받고 다수 채널을 공급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이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득세로 국내 콘텐츠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며 실적이 급감해서다. 실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방송부문 영업수익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헬로비전은 신사업인 렌탈과 지역기반 문화 사업, 스마트 단말기 판매에서 조금씩 성과를 보여왔다"면서도 "본업 성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LG헬로비전은 스마트 단말기 사업에서도 AI 교과서에 집중하기보다 디지털 교육 환경 개선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실 공간과 디바이스를 원터치로 연결하는 디지털 교육 플랫폼 '링스쿨'이 대표적이다. 링스쿨은 전자칠판과 모둠별 스크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합 관리할 뿐만 아니라 교수학습 시스템, 교실 환경 제어 등도 지원한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디지털 교육 환경 개선이라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링스쿨 같은 플랫폼으로 교육 환경을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만들고 관련 인프라를 잘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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