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기업 운명 놓고 충돌하는 두 남자
유해진 “생각할 거리 던지는 영화”
이제훈 “아버지 세대 위로하고 싶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졌다. ‘국민 소주’ 국보소주도 부도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투자사 솔퀸은 비싼 값에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 한국 출신의 젊은 직원 인범(이제훈)을 서울로 파견한다. 국보그룹에서 평생 일해 온 재무이사 종록(유해진)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돈이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소주전쟁’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 것인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라며 “크게 흥행하지 못하더라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로써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IMF 당시 경영난으로 해체된 진로그룹과 골드만삭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자본주의의 현실을 보여주는 결말이 통쾌하기보단 텁텁하고 진한 ‘숙취’를 안긴다.
오로지 승진과 더 높은 연봉을 위해 달려온 인범은 돈벌이 수단일 뿐인 회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록을 보면서 가치관의 충돌을 겪는다. 인범은 종록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그를 이해하진 못한다.
이제훈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인범이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고, 요즘 관객들에게 더 공감과 지지를 얻지 않을까 했다”면서 “유해진 선배님을 만나 연기하면서 IMF 당시 내가 봤던 아버지 세대의 모습이 투영됐고, 나도 동요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출세를 위해 속으로 끊임없이 계략을 짜는 인범을 연기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종록을, 그때의 아버지 세대를 위로하고 싶기도 했고 그런 마음이 인범을 표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매니지먼트 사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회사를 지키려는 종록의 입장에도 공감이 많이 됐다”고 했다.
유해진은 “회사와 가족에 대한 책임감, 가치관이 확실한 사람”이라며 “이런 아버지들을 많이 보고 자랐다. 그렇게 사신 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잘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업 인수합병을 다룬 드라마인 만큼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큰 과제였다. 유해진은 “처음엔 대사에 전문 용어가 훨씬 많았다. 어떻게든 쉽게 풀어내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캐릭터의 경우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려 애쓰기보다 장면 장면에 잘 스며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작품을 할 때마다 늘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작품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배우들이다. 올해만 해도 유해진은 ‘야당’과 ‘소주전쟁’으로 관객들을 만났고, 지금은 경북 문경 등지에서 ‘왕과 사는 남자’를 촬영하고 있다.
유해진은 “한국 영화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출연 제안이 계속 들어와 감사한 마음이다. 현장에서 제작진과 함께 퍼즐 맞추듯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항상 재밌다”면서 “작품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계속 부름을 받는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겸손의 말을 전했다.
드라마 ‘협상의 기술’을 선보인 이제훈은 드라마 ‘모범택시3’와 ‘시그널’ 시즌2 촬영에 한창이다. 틈틈이 개인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를 통해 전국의 독립영화관과 독립영화도 소개하고 있다.
이제훈은 “많은 사랑을 받아 시리즈물을 이어가는 건 큰 축복이고 영광”이라며 “주목받고 기회를 얻은 데서 만족하지 않고 색다른 연기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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