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방서후 기자]
<앵커> 최근 상승장은 몸이 무겁다고 알려진 지주사들의 주가도 띄웠습니다.
특히 삼성물산은 더욱 강력해진 상법 개정안 추진과 함께 높아진 기업 가치 재평가 기대감과 본업에서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대선을 앞두고 주택 공급 확대 공약이 쏟아지면서 건설주들 힘 받지 않았습니까? 삼성물산도 그래서 오른 거 아닌가요?
<기자> 물론 그 영향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재용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입니다.
통상 지주사는 오너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낮은 주주환원 정책, 자회사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 등을 이유로 시장에서 저평가 받고 있는 종목들입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면서 주가에 힘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해당 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데요.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면 그동안 지주사 가치 할인의 주요 원인이었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배당수익률 2% 수준인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강도도 지금보다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최근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 역시 단순 위탁 생산과 복제약 사업 분리를 넘어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기자> 삼성 지배구조 개편 관련해선 많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핵심은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1.65%, 삼성물산 지분은 약 2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을 빼놓고선 그룹 지배구조 이야기를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한 만큼 이번 인적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물론, 새로 신설된 삼성에피스홀딩스도 지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에 복제약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거쳐 삼성물산에 반영되던 것이 이제는 직접적으로 반영되면서 기업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고요.
여기서 상법 개정안과 함께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쥔 또 다른 법안 통과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셔야 되는데요.
바로 삼성생명법이라고도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입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약 5.7%의 지분을 팔아야 합니다. 거의 20조원 정도 되는데요.
삼성물산이 향후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면 최대 29조6천억원의 현금이 생기는데, 이 돈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받아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매각하지 않고 지분을 교환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는데, 어쨌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가는 방향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금산분리 이슈도 해결하고 이재용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공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앵커> 지주사로서는 그렇고, 건설사로서 본업은 잘하고 있나요?
<기자>
다른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주택 공급 확대 공약과 신사업 성과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우선 주택사업 관련해선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우며 도시정비사업 강자로 군림하는 중입니다.
연초부터 한남4구역을 시작으로 신반포4차, 송파구 한양3차 등 한강변 알짜 사업지의 시공권을 줄줄이 확보하면서 현재까지 5조213억원의 수주고를 쌓았습니다.
역대 최고 실적이고요. 지난 2023년(2조951억원)과 2024년(3조6,398억원)의 연간 수주 실적을 상반기 실적만으로 넘어선 것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올해 정비사업 최대어인 압구정2구역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이달 중 시공사 입찰 공고가 나오면 9월쯤 시공사 선정이 예상되는데요.
공사비만 2조4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여기까지 수주한다면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였던 현대건설의 독주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신사업은 역시 원전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경쟁사인 현대건설이 기존 대형원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 삼성물산은 소형모듈원전, SMR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현재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업 중인데요. 이 뉴스케일파워가 설계한 SMR 원자로가 가장 먼저 표준 설계 인증을 받았습니다.
SMR은 전에 없던 기술이기 때문에 상용화 여부가 가장 중요한데요.
뉴스케일파워가 표준 설계 인증을 받으면서 삼성물산은 전세계에서 SMR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과 손을 잡게 된 셈입니다.
루마니아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선 이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고요.
최근에는 해외 건설사들의 진입이 어려운 일본에도 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서도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리스크는 없나요?
<기자> 주요 매출처인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국내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서 하이테크 수주가 사실상 멈춘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당장 올해 1분기부터 건설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40% 감소하는 등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가설이 많은 만큼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방서후 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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