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걸린 주5일제…입법 5년, 정착엔 7년
외환위기 직후 실업자 대책으로 제시
주4.5일제도 추진 후 정착까지 긴 시간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주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과거 주5일 근무제(주40시간 근무제)를 추진했던 과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논의 후 입법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주5일 근무제는 시행 이후 완전히 정착하는 데 7년이 걸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여야 대표들과 함께 오찬을 하기 전 환담하고 있다. 2025.6.4 김현민 기자
1998년 논의 시작 후 경영계 반대로 여러 차례 교착상태
주5일제는 한 해에만 신규 실업자가 92만명에 달했던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미국은 1930년대, 영국은 1970년대에 이미 5일만 일하는 시대가 열렸고,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각각 1987년과 1995년 주5일제가 도입된 것에 비하면 늦은 시기였다.
IMF 외환 위기를 떠안고 임기를 시작한 김대중 정부는 대량 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주5일제를 제시했다. 근로자 삶의 질 개선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눠 실업자를 줄이는 게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논의에는 진척이 없었다. 경영계는 경영난과 기업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주5일제에 반대했고,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주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던 2000년 관련 논의는 탄력을 받는다.
노동절을 앞두고 노동계는 주5일제를 요구했고, 국회도 힘을 보탰다.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제16대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덕분에 2000년 5월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다루기 위한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듬해 9월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한다. 하지만 이후 한나라당이 "근로시간 단축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경제 여건이 어려운 지금은 때가 아니다"(김만제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 2021년 7월)라며 재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주5일제 시행 후 정착까지 7년 걸려
정부는 2002년부터 주5일제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2002년 4월 일부 정부 부처에 한해 토요일 휴무제를 시범 운영했고, 3개월 후부터는 전국 은행에서 공식적으로 주5일제를 실시했다. 같은 해 10월 정부가 주5일 근무제 시행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이는 이듬해 8월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2004년 7월부터 공기업·금융업·보험업 및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시행된 주5일제는 2011년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정착한다. 사업장 규모별로 주5일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 과정에만 7년이 걸린 것이다. ▲2005년 300인 이상 사업장 ▲2006년 100인 이상 사업장 ▲2007년 50인 이상 사업장 ▲2008년 20인 이상 사업장 순으로 적용됐다. 이후 2011년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시행됐다. 학교에서는 이에 발맞춰 2012년부터 주5일 수업제를 실시했다.
주5일 근무제를 적용받은 임금근로자 비율은 2004년부터 가파르게 높아진다. 통계청 '주40시간 실시 비율'에 따르면 주40시간제를 적용받는 임금근로자 비율은 1999년 6.0%에 불과했으나, ▲2004년 18.5% ▲2005년 30.2% ▲2006년 35.1% ▲2007년 39.9% 등으로 높아졌다. 2009년 49.8%로 절반에 가까워진 주40시간 적용 임금근로자 비율은 2015년 65.7%까지 높아진다. 이후 해당 통계는 주40시간제 정착 등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 등 고용 형태별 근로조건 통계로 바뀌었다.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시행할 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아이슬란드는 근로시간 단축 실험부터 전면 도입까지 약 5년이 걸렸다. 2015~2019년 공공부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 실험에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된 반면 생산성은 동일하거나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2020년 근로시간 단축이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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