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즈 페스티벌 2025' 통해 첫 내한
도쿄대 음악 동아리 출신들 결성…業과 음악활동 병행
지난해 韓서 리사이틀 연 클래식 연주자 스미노 하야토도 포함
[서울=뉴시스] 펜트하우스. (사진 = 프라이빗 커브) 2025.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웰컴 투 더 펜트하우스(Welcome to the Penthouse)"
5월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일본 6인조 시티 솔 밴드 '펜트하우스(Penthouse)'가 자신들의 팀 이름이 포함된 '웰컴 투 더 펜트하우스'를 첫 곡으로 부르기 시작하자, 신세계가 펼쳐지며 넓고 푸른 잔디 위 인파가 오선지 속 음표처럼 춤추기 시작했다.
나미오카 신타로(보컬·기타), 오오시마 마호(보컬), 스미노 하야토(키보드), 야노 신타로(기타), 오오하라 다쿠마(베이스), 히라이 다츠노리(드럼)는 이어 '프라이데이즈하이(フライデーズハイ)'로 파티의 시작을 경쾌하게 알렸다.
뜻보다는 발음의 울림을 고려해 지은 팀 이름엔 '펜트하우스에 살 정도로 모두 잘 되자'라는 의미를 뒤늦게 부여했는데, 이처럼 유연함이 이 팀의 강점 중 하나다. 재즈, 솔, 블루스, 시티팝, 클래식, J-팝 등 혼종의 음악은 기존 음악 어법을 따르지 않아 이 팀의 고유성을 빚어냈다.
'니주우로쿠지 주즈분(26時10分)' '넌세스(ナンセンス)' '와가아이(我愛你)'로 이어지는 막판 스퍼트에 관객들은 크게 열광했고, 펜트하우스는 애초 세트리스트에 포함하지 않았던 '나츠니 네가이오(夏に願いを)'를 앙코르로 불렀다.
초여름에 들려준 '나츠니 네가이오', 즉 '여름에 소원을'은 기분 좋은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첫 내한공연임에도 이들은 국내 불고 있는 'J-팝 붐 스펙트럼'의 결을 단 번에 넓혔다.
'일상을 조금 멋지게 수놓는 음악 탐구'를 콘셉트로 삼는 이 팀은 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 음악 동아리에서 출발했다. 해외 투어를 도는 클래식 연주자인 스미노를 포함 졸업 후 각자 업이 있는 전문직들이 팀 활동을 병행하는 구조다. 멤버 모두가 음악 전업이 아니지만 이미 프로 연주자들인 데다가 음악에 대한 순수함의 희열이 여전한 만큼, 이들의 즐거운 에너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연 도중 전날 삼겹살과 소맥을 맛있게 먹었다고 즐거워한 멤버들을 공연 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일상의 규칙적인 리듬이 페스티벌 같은 해방 공간에서 마음껏 순수해지는 이들은 음악의 본령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다음은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오늘 세트리스트 구성에 가장 신경 쓰신 지점은 무엇인가요?
"폭넓은 장르를 수용하는 재즈 페스티벌이다 보니 재즈를 들으시는 분들을 위한 곡도 있고, 처음 재즈를 듣는 사람들을 위해서 고른 곡들도 있었어요. '나츠니 네가이오'는 애초 세트리스트에 포함돼 있지 않던 곡인데, 관객들 덕분에 불렀습니다."(오오하라 다쿠마)
-'나츠니 네가이오'에서 관객들이 수건을 돌리는 건 해당 곡의 시그니처 퍼포먼스죠? 너무 자연스러워서 객석에 여러분의 팬이 많이 느낌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수건을 돌리시는 걸 보고 엄청 기뻤습니다."(일동)
[서울=뉴시스] 펜트하우스. (사진 = 프라이빗 커브) 2025.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리지널 곡 뿐 아니라 커버 무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재즈 스탠더드 넘버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은 스미노 하야토 씨 건반에만 맞춰 오오시마 마호 씨가 부르셨는데 이런 편곡의 의도가 있나요? 중간 독주는 모차르트처럼 밝고 경쾌한 풍이더라고요. (스미노는 2일 기준 구독자 148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카틴'(cateen)의 운영자이기도 한 피아노 연주자로 해당 순서는 '카틴스 타임(Cateen's time)'으로 명명됐다.)
"보통 많은 분들이 아는 노래를 연주하면서 공연의 분위기를 바꾸는데요. 이번에도 즉흥적으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이번 곡을 골라봤습니다."(스미노 하야토)
-단체로 미국 펑크 밴드 '어스, 윈드 &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셉텝버'를 재해석한 것도 그런 의도의 연장선상으로 봐도 되나요?
"코러스 분들과 같이 곡 선정을 논의하다가 고른 곡이에요. 저희 유튜브를 통해서도 커버 곡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어요. 이를 통해 우리 팀이 좀 더 알려지기를 원하는 거죠."(나미오카 신타로)
-코러스 분들도 같이 무대를 꾸미시지만 나미오카 신타로, 오오시마 마호 씨의 트윈 보컬 체제가 펜트하우스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라이브 무대에서 화음이 사운드를 한껏 더 풍부하게 만들고 요즘 같은 여름 분위기엔 청량한 느낌도 줘요.
"서로 목소리 특징이 다르다 보니까, 역할이 나눠져 있어요. 한 명이 좀 더 앞으로 나가서 노래를 한다든지 해서 시너지를 만들어내죠."(나미오카 신타로)
-나미오카 씨는 로커였잖아요. 근데 펑키하고 솔풀한 목소리 톤도 잘 나와요.
"고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걸 연습했어요. 그걸 무기로 삼고 음악을 하다 보니까 현재 록의 느낌은 없지만, 강점이 됐습니다."(나미오카 신타로)
-히라이 다츠노리(드럼) 씨와 오오하라 다쿠마(베이스) 씨의 리듬감도 정말 좋아요. 아무래도 펑크 솔 밴드이다 보니까 그루브감이 중요한데, 팀의 정체성이 되는 사운드 질감의 밑변을 잘 깔아주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R&B 분위기나 느낌을 내 연주하는 걸 좋아해요. 이번 페스티벌 라인업 중 TOP(미국 10인조 솔 펑크 밴드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를 기대했어요. 무엇보다 팀의 일원으로서 사운드의 일체감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펜트하우스에선 스네어 드럼(비교적 섬세한 테크닉을 요구한다)을 많이 치는 편입니다."(히라이 다츠노리)
-야노 신타로 씨의 기타 소리는 또 다른 목소리 같아요.
[서울=뉴시스] 펜트하우스. (사진 = 프라이빗 커브) 2025.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무래도 팝 음악을 하다 보니까 록밴드 연주에서만큼 기타가 앞으로 등장하지는 않아요. 스미노 씨의 피아노와 잘 어울리고 조화하며 공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야노 신타로)
-오오시마 마호 씨는 홍일점인데 여성 보컬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전혀 없습니다. 타자화되지 않는다고 할까요?
"저희는 학생 시절부터 친구들이에요. 음악할 때는 물론 진지하지만 평소 여전히 친한 친구처럼 지내죠. 이렇게 해외에선 같이 식사하는 것도 너무 좋고요.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더 좋아요."(오오시마 마호)
-스미노 하야토 씨는 작년엔 클래식 연주자로서 홀로 내한공연하기도 했죠. 오늘은 그랜드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가운데서 두 악기의 건반을 동시에 연주하는 모습이 대단했는데 기교가 아닌 공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라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수학도 너무 잘하시니까 문득 든 생각인데 이런 부분들은 다 철저하게 계산된 퍼포먼스인가요, 순간적으로 결정하시는 건가요?(스미노 하야토는 음악 전공생이 아닌 도쿄대 석사를 밟은 공학도 출신이다.)
"클래식 연주, 펜트하우스 연주가 다르지만 둘 다 제 어떤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둘 다 너무 계산적으로 연주하는 건 아닙니다."(스미노 하야토)
-예전엔 한국에선 일본 재즈 하면 '카시오페아' '티-스퀘어' 같은 J-퓨전 재즈 밴드들의 이름이 먼저 언급됐어요. 또 예전에 J-록, 시티팝, 아이돌 위주로 J-팝 붐이 불다가 최근엔 싱어송라이터 계열의 J-팝 뮤지션들이 인기인데요. 오늘 무대를 보니 펜트하우스가 한국에 새로운 장르의 J-팝 붐을 일으킬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공연으로 한국 팬들과 더 적극 교감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항상 한국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페스티벌에서 공연했으니, 이제 단독 라이브 무대를 갖고 싶습니다. 대만은 옛날부터 연이 있어서 6월 투어가 예정돼 있어요."(오오시마 마호)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가 일본 영화 '스윙걸즈'(2006)를 좋아해요. 학생들이 일상에서 재즈의 리듬과 매력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뭉클하게 그렸는데 일본은 특히 일상에서 음악의 멋·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거 같아요. 다른 일을 하면서 밴드를 하는 멤버들이 포함된 당신들처럼요. 음악을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한다는 인상이 짙어요
"공부하면서 자기의 경험을 넓혀가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견문이 넓어지면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커지고,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도 더 느끼게 되죠. 그건 밴드 구성원끼리는 물론 관객분들과 주고 받는 소통을 더 기쁘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죠."(스미노 하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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