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성분으로 배터리의 전극, 전해질 개발
최근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만든 배터리 소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pixabay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현대 생활의 필수 에너지 저장장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폭발 위험,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자연에서 답을 찾고 있다. 과일 향기 성분과 껍질에 든 물질로 배터리 전극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아미노산과 비타민으로 음극 합성
미국 텍사스 A&M대학 교수 연구진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동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물질을 활용해 배터리의 음극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고분자를 합성했다고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양극과 음극, 두 전극 사이를 분리하는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음극의 이온이 액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전자를 이동시켜 전류를 발생한다.
전극을 만든 고분자 물질의 주요 구성 성분은 천연 아미노산인 L-글루탐산으로 이루어진 폴리펩타이드 뼈대이다. 그 위에 비타민 B2(리보플라빈)를 결합했다. 리보플라빈은 전자를 주고받으며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해,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을 돕고 성능을 높이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카렌 울리(Karen Wooley) A&M대 교수는 “이 소재는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전기 저장 능력을 지닌 차세대 배터리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극을 만든 유기 고분자는 분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나중에 재활용하기 쉽다. 독성도 낮다. 쥐 세포에 실험했더니 독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이나 이식형 전자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귤 향기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배터리 소재
식물에서 추출한 테르펜(β-미르센)으로 라디칼 고분자 전극을 만든 연구도 있다. 라디칼은 짝을 이루지 않은 전자 또는 원자이다. 라디칼 전도성 고분자로, 투명도가 높고 유연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런 고분자의 뼈대는 대부분 석유에서 나온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
2023년 미국 퍼듀대와 오하이오대 공동 연구진은 귤이나 허브류 식물에 들어있는 향기 성분인 테르펜으로 친환경 고분자를 만들고, 여기에 전기를 띠는 안정적인 라디칼을 붙여 전기와 이온을 모두 잘 전달하는 새로운 소재를 만들었다. 여기에 탄소 분말이나 생체 친화적인 리튬염을 첨가해 전기 전도도를 크게 높였다. 특히 리튬염 중에서 환경에 덜 해로운 염화리튬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라디칼 고분자는 쉽게 많이 만들 수 있고, 열에 강한 성질과 전기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적합한 소재”라며 “식물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배터리 소재가 전극이나 전해질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귤, 자몽 등에서 나오는 성분으로 만든 배터리 소재도 나왔다./pixabay
◇과일 껍질로 만든 배터리, 성능·비용 다 잡아
셀룰로오스 기반 배터리는 감귤 껍질이나 목화 펄프와 같은 식물성 자원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를 전극, 전해질, 분리막 등 배터리의 다양한 부품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지난 1월 중국 하얼빈기술연구소와 동북전력대 연구진은 자몽 껍질에서 얻은 셀룰로오스 조각을 전극과 전해질로 활용해, 유연하고 기계적 강도가 뛰어난 아연이온 배터리를 구현했다.
배터리의 전극은 샌드위치 구조로 되어 있다. 얇은 셀룰로오스 층 사이에 탄소나노튜브가 들어있어 전기와 이온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들이 벌집처럼 육각형으로 연결된 미세 다발로, 전기가 잘 통하는 특성이 있다. 전해질은 수분이 많은 겔 형태로 만들어 아연 이온이 잘 이동하도록 했다.
이어 4월에는 중국 우한공업대 연구진이 셀룰로오스와 탄소나노튜브를 복합화해 만든 초경량, 고강도 셀룰로오스 복합막을 리튬이온 배터리의 집전체로 사용했다. 집전체는 배터리 내부에서 전자를 이동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기존의 알루미늄과 구리로 만든 상용 집전체를 셀룰로오스 복합막으로 바꾸면, 배터리 무게에서 전류 집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6.23%로 줄고, 전체 배터리의 무게당 에너지 저장량이 약 41% 증가했다. 전류 집전체를 생산하는 비용은 절반 이상 줄었다. 이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500번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99.4%의 성능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셀룰로오스 복합막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며 “더 가볍고 저렴하면서도 오래가는 배터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PNAS(2025), DOI: https://doi.org/10.1073/pnas.2509325122
Journal of Colloid and Interface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016/j.jcis.2024.09.036
Communications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38/s43246-025-00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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