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재조명 ‘사람과 사람’…3개국 공동제작·배우 출연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독립운동가 나혜석과 가상인물의 이야기
광복 80주년 기념 인문학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이 오는 25~29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 극단 피악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올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한국·러시아·카자흐스탄 3개국의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공동제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피악은 오는 25~29일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파리의 두 여인’을 공개했다. 극단 피악가 제작한 인문학 연극 시리즈의 19번째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주체 지원 선정작 ‘파리의 두 여인’은 실존 인물인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나혜석과 러시아 문학의 고전 체홉의 ‘벚꽃동산’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 라넵스카야의 상상적 만남을 중심으로, 1930~40년대를 살아낸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과 유라시아를 관통한 역사와 인물들의 고통, 연대, 기억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작품은 강제이주와 이산(離散),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지닌 두 여인이 그 후손을 통해 가족이 되는 과정을 통해 억압과 고난의 역사 너머에 있는 인간적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침묵 속에서 저무는 일몰을 바라보는 두 여인의 대화는 역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예감하게 한다.
나아가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인문학적 사유와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 한국의 극단 피악, 러시아 스타니슬랍스키 엘렉트로 극장 소속과 카자흐스탄 국립 뮤지컬 드라마 극장의 배우 등 3개국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이를 실현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광복이 단지 한 국가의 독립으로만 기억되어선 안 되며, 인류 보편의 가치이자 세계사의 일부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연극은 윤동주와 이육사의 시(詩)들을 한국인의 정체성을 문학적으로 도스토옙스킨·푸쉬킨·아우예조프·아바이 등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문학의 언어를 빌려 광복의 의미를 확장한다. ‘무엇이 민족의 정체성을 만드는가’, ‘진정한 역사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둔다.
작품은 권력의 역사 너머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 공감의 힘을 예술로 되살린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나진환은 “실존 인물과 문학적 허구를 결합한 이번 작품이 국가와 민족의 서사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로 광복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파리의 두 여인’은 서울 초연 후 7월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어 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극단 피악은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넘어, 유라시아 민중의 연대와 문화를 세계 무대에 알리기 위함이다. gioia@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