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소방대원들이 물줄기를 쏘며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난지 사흘째인 19일 현재 진화율이 90∼95%인 가운데 타이어는 불에 타면서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을 수 있어 인근 주민과 소방관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 당국은 17일 금호타이어 광주 2공장 내부 생고무와 화학약품을 혼합하는 정련공정 라인의 오븐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타이어공장 화재로 인해 현재까지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검은 연기와 분진으로 주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9일 화재 현장에는 고무 가루 등이 섞인 불덩이가 마치 도깨비불처럼 산발적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의 주재료는 스티렌 부타디엔 합성고무(SBR)로, 연소하면 유기과산화물 같은 발암 물질을 생성한다. 타이어 속에 있는 이산화황이 타면 이산화황탄소, 벤젠, 톨루엔,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등 유독물질이 배출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독성이 매우 강한 시안화수소는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벤젠, 톨루엔은 발암물질로 분류된다"며 "화재가 발생한 장소에 남아 있는 검댕은 인체와 접촉하면 피부염을 일으키거나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어 화재는 인체에 유독한 만큼 국내외 주요 연구 주제다. 스페인 톨레도주 세세냐시에서는 2016년 매립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타이어 7만~9만톤(t)이 연소했다. 스페인 타라고라공립대 의대팀은 세세냐시 화재 이후 중금속과 발암물질을 지역주민들이 흡입해 발암 확률이 일반 지역보다 3~5배 높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같은 해 국제학술지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했다.
한창우 충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2023년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서 호흡기 질환, 폐 질환, 신경계 질환, 피부질환 등 발생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연구개발실, 인공위성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와 공동으로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당시의 건강보험청구자료 및 대기오염 측정자료를 이용해 주민들의 단기 대기오염 노출 및 건강 영향을 평가한 결과다.
당시 연구팀은 공장 인근 주민들의 대기오염 노출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화재가 난 공장에서 500m 거리에 위치한 '문평동 대기질측정소'와 대전시 내 다른 지역 10개 측정소의 대기오염 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화재 발생 직후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2), 아황산가스(SO2), 일산화탄소(CO) 등 대다수 오염물질의 농도가 문평동 측정소에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재 발생 후 10일 동안 문평동 대기질측정소의 누적 미세먼지 측정 농도는 다른 측정소와 비교해 125.2㎍/㎥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산화질소와 아황산가스도 화재 발생 후 10일 동안 문평동 대기질측정소에서 각각 50.4ppb, 32.0ppb 초과 측정됐다. ppb는 농도의 단위로 1ppb는 용매와 질량 비율이 10억분의 1인 상태를 뜻한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1997년 폐타이어 화재로 인한 대기 오염 물질은 주민과 화재 근처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 선천적 기형, 유산,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서 '폐타이어 연소로 인한 대기오염 배출'를 발표했다.
EPA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타이어 화재 때 배출되는 돌연변이 유발 물질은 벽난로에서 장작을 태울 때보다 16배 더 많이 발생한다. 오염 방지시설을 갖춘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가스보다는 1만 3000배 더 많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타이어 화재 근처에서 작업하는 소방관이나 주민은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 교수는 "불이 모두 진화된 뒤에도 작업자들은 한동안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검댕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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