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문제 대응, 스펙 천장 낮추기, 통합 전투력 및 전투 분석기 도입 등
시즌3 '심연의 끝을 맞이한 자' 업데이트 1주년을 앞둔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민심이 심상치 않다. 아무리 이벤트 비수기라지만 PC방 점유율이 11일 기준 1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시즌2 '꿈꾸는 자들의 낙원' 업데이트 이후 5년 동안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과도한 스펙업 부담과 높은 게임 피로도, 인게임 경제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며 유저 불만이 임계점을 넘은 결과다. 전재학 디렉터가 라이브 방송으로 여러 문제의 개선을 약속하며 수습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라이브 방송 이후 보석 조율 시스템의 상세 정보가 공개됐고, 클래스 밸런스 패치를 진행했다. 그러나 후순위로 밀린 서포터 아크 패시브 개선, 밸런스 패치에서 개선은 커녕 족쇄만 늘어난 넘치는 교감 서머너 등 라이브 방송 이후 행보 역시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시즌3이 다시금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과거로부터 배워야 한다. 처리 가능한 문제는 빠르게 봉합하고, 높디 높은 스펙 천장을 낮추고, 전투 분석기를 제공하는 등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 초가삼간 다 태우기 전 빠른 대응 필요
- 여 홀리나이트에 밀린 기존 서포터 개선 작업
시즌3에서 불거진 대부분의 문제는 일찌감치 해결, 혹은 수습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미뤄두지 않아야 한다. 가령 보석 문제만 해도 그렇다. 아크 패시브 도입 목적은 자유로운 세팅 변화였고 기존 보석 시스템이 이에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했다.
4T 보석 계승을 위해 멸화와 홍염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된 시즌2 말부터 시즌3 초야말로 가장 적합한 도입 시기였다. 당시 많은 유저들이 보석 자유 변환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그러나 개발진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즌3 서비스 1년 가까이 된 지금에야 귀속 보너스와 자유 변환을 골자로 한 광휘의 보석 시스템을 가져왔다. 뒤늦은 조치는 당연히 어떤 방식으로든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진작 패치 했더라면 동일 클래스를 여럿 키우는 나이스단이나 딜 지분 0인 스킬을 위해 보석을 9개 추가로 장착해야 하는 변신 클래스의 반발도 적었을 것이다.
서포터 아크 패시브 개선 역시 여 홀리나이트 나오는 시점에 개선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쓸모가 없는 서포터 메인 노드는 깨달음 노드가 업데이트 됐을 무렵부터 반복해서 지적됐던 사안이다. 여 홀리나이트라는 신규 클래스를 챙기느라 명백히 게임사의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는 기존 서포터 유저의 불쾌감만 남는다.
게다가 기다린 만큼 성의 있는 패치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축배를 드는 '사냥의 시간' 건슬링어와 달리 4티어 메인 딜 노드 삭제, 폭주 도중 증발하는 소환수 딜로스로 아키르 폭주 족쇄만 덩그러니 남은 '넘치는 교감' 서머너를 보라. 차라리 일찍 패치하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편이 낫다.
■ 터무니 없이 높게 설정한 스펙 천장 줄이기
- 만악의 근원으로 꼽혔던 아르고스 장비 아이템 레벨
로스트아크를 오래 즐긴 유저라면 시즌2 초반 아르고스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아르고스 장비로 최대 레벨이 1575로 급작스럽게 점핑하는 바람에 줄줄이 새 전투 콘텐츠를 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성장 루트가 꼬이며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당시 디렉터였던 금강선 CCO 역시 여러 번 인정한 사안이다.
유물 각인서도 그렇다. 20장을 한꺼번에 푸는 것이 아니라 5장, 10장씩 차근차근 리미트를 풀었다면 이렇게까지 스펙 격차가 커지지 않고, 콘텐츠 허들이나 스펙 업 부담감이 심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냉장고 하나가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한 대 정도라면 게임을 열심히 하는 유저 기준 충분히 쳐다볼 수 있는 나무다. 인게임 재화라는 티끌을 모아 태산은 아니라도 언덕은 만들 수 있지 않은가. 가망이 있으니 스펙 업 욕구도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시즌 하드 리셋 혹은 계승 소프트 리셋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게임에서 이렇게까지 값비싼 스펙업을 요구하면 당연히 완화 조치에 따른 반발도 심해진다. 들어간 재화 가치를 고려하면, 조금씩 공급량을 늘리는 점진적인 수준을 예상하지 이렇게 하루 아침에 반토막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 스펙 업 요소가 어떤 것일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르고스와 유물 각인서의 선례를 볼 때 스펙 간의 격차를 줄이고 서서히 푸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로스트아크는 늘 후발대 위주로 완화 조치를 시행해왔지만, 아무리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라도 어느 정도 선이어야 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가능하다.
■ 인게임 통합 전투력과 전투 분석기 도입
- 외부 사이트 등장 전에는 진화 카르마를 올렸는지 아닌지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시즌3에 이르자 강화, 보석, 초월, 엘릭서, 팔찌, 상급 재련, 장신구 옵션, 유물 각인서, 카르마까지 여러 스펙 업 요소가 누적됐다. 단순히 무기 강화와 보석, 껏해야 엘릭서 정도만 따지던 시즌2와 비교하면 어지럽고 복잡하기 그지 없다.
현재 인게임에서는 이렇게 분산된 스펙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유저들은 외부 사이트인 즐로아, 로펙 등을 이용해 자신의 스펙이 어느 정도인지, 스펙이 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한다. 물론 디렉터 라이브 방송 영향도 있었지만, 보석 가격이 급락한 근본적 원인은 보석의 효율이 다른 스펙에 비해 그다지 좋지 않은 탓이다.
어차피 외부 사이트에서 한 명 한 명 찾아서 검색하고 있는데, 인게임에서 바로 스펙을 파악할 수 있으면 유저의 공격대 모집 피로도도 확연하게 줄어든다. 즐로아나 로펙은 가중치가 미묘하게 다르다보니 공식적인 통합 전투력 수치가 있다면 자신의 스펙 업 방향성을 잡기도 편하다.
전투 분석기는 지금의 로스트아크에 절실하게 필요한 시스템이다. 분명 권장 스펙을 맞췄는데도 모두 생존한 채 광폭화를 본다. 의문만 품은 채 공격대는 그대로 해체되고, 파티 모집 스펙만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누가 범인인지도 모를 뿐더러 내 스킬의 적중률은 어느 정도인지, 한 사이클 DPS는 어느 정도인지, 실전에서 스킬별 딜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그 어떤 정보도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자체 피드백이나 효율 개선 작업도 불가능하다.
전 디렉터는 게임을 각박하게 플레이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진정 유저를 각박하게 만드는 것은 범인을 공개하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공범을 자처하는 로스트아크다. 쓸 데 없이 레이드 스펙이 높아지는 이유 역시 결국 유저 개개인이 자아 성찰 및 피드백이 불가능해 압도적인 스펙으로 찍어 누르려 하기 때문이다.
엄한 곳에서 게임을 딱딱하게 만드는 범인을 찾을 필요 없다. 실시간 미터기 도입은 인게임 분쟁 우려 때문에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전투 분석기라도 도입해야 한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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