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업·행정 앞다퉈 공약 제시
부산 남구 감만동에 위치한 부산항 감만부두.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선거 때마다 반복된 공약 남발에 실망한 부산 지역사회가 제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시는 생존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 구축을 제시했고, 시민은 침체된 지역의 회복을, 기업은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 정비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입장은 달라도 “지금이 부산의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시는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들에게 10대 핵심 공약을 포함한 3대 분야 32개 사업, 총 149조 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전달했다.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이미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 문제도 지역민들의 열망을 반영해 국민동의청원에서 단기간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시는 이들 과제가 지역 현안 차원을 넘어 국가균형발전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9일 부산시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울경 지역의 핵심 과제 다섯 가지를 공약화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가덕도신공항의 적기 개항, 지역 거점항공사 설립, 주요 공공기관 본사 이전, 해양수산부와 해사법원의 부산 유치, 부울경메가시티의 본격 추진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명확한 실행계획과 책임 있는 이행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21년 특별법이 통과된 가덕도신공항은 아직 착공되지 않아, 2029년 개항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산시가 제시한 대선공약. 부산시 제공
공공의료 분야도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는 침례병원의 건강보험공단 제2병원 전환과 부산 전역을 아우르는 공공의료벨트 구축을 주장했다. 인력 확충, 돌봄 통합체계 구축,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9.2 노정합의 이행 등이 포함됐으며, 통합의료원 체계와 시 내부 공공의료정책 전담 부서 신설도 제안됐다.
부산 경제계의 요구도 뚜렷하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대선 후보들에게 24개의 공약 과제를 전달하며, 수도권 중심 구조로 인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부산형 복합리조트 유치,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활성화, 첨단 산업 육성, 외국인 노동자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됐다. 산업은행 본점과 HMM 본사 이전, 해사법원 설립 등은 해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부산상의 경제정책본부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이나 산업 고도화 못지않게, 기업 규제 완화 또한 시급하다”며 “현장 수용성이 낮은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은 실효성 중심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된 대부분의 공약은 이전 선거에서도 반복돼 왔던 것들이다. 이번에도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상당수 과제가 예산, 입법, 중앙정부 승인 등 복합적 절차를 수반하는 만큼 단기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사회가 내 건 공약 중 재탕이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사안들도 있다. 이는 어쨌든 대선 후보의 공약에 반영되면 선거가 끝난 뒤 새정부가 선정하는 ‘국정과제’에 포함돼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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