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연구진은 자가포식유도를 통한 '정밀 유전자 편집' 효율 향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원하는 유전자만 정확하게 바꾸는 '유전자 정밀 편집'이 유전 질환 치료 핵심인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 '세포 내 자가포식 작용 유도' 방식으로 관련 효율을 높이는 길을 열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은 남혜진 박사팀이 조동현·배상수 서울대 의대 교수팀과 다양한 자가포식 유도 방법으로 정밀한 '상동 재조합(HR)' 기반 유전자 교정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대비 유전자 교정 효율은 최대 3배 높았고, 생쥐 모델 생체 실험에서도 기술 효과를 입증했다.
유전자 가위(CRISPR-Cas9)는 DNA를 자를 수 있는 효소 'Cas9'로 유전자를 교정하는 혁신 기술이다. 다만 잘린 부위를 붙이는 DNA 복구 과정이 대부분 부정확해, 원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유전자를 교정하는 정밀 교정(HR) 효율은 매우 낮았다. 이를 높이는 기존 방법들(세포주기 조절, NHEJ 억제 등)은 독성, 부작용, 적용 범위 제한 등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세포가 손상된 성분을 제거·재활용하는 '자가포식' 과정이 HR 기반 유전자 교정 효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주목했다. 굶주린 세포는 자가포식 과정 중 DNA 손상 복구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을 분비하는데, 이를 적절히 유도해 HR 효율을 높인 것이다.
우선 세포에게 영양분이 없는 식염수만 주거나, 세포 성장 신호 물질(mTOR) 억제제를 투입해 자가포식을 유도했다. 그러자 DNA 손상 복구에 작용하는 다양한 핵심 보조 인자들이 Cas9 주변에 모여들었다.
나아가 기존 유전자 가위 변형 버전인 'nCas9'이나 불활성 'Cas9(dCas9)'의 경우도 동일한 자가포식 유도 효과가 관찰돼, 이번 기술이 다양한 유전자 편집 플랫폼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자가포식이 유도된 세포에서는 HR 편집 효율이 1.4~3.1배 높아졌고, 삽입할 DNA 크기나 타깃 유전자 발현 수준에 상관없이 일관된 성능 향상이 나타났다. 자가포식 결핍 세포에서는 정밀 유전자 편집 효율이 높아지지 않았다. 질병모델 실험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생쥐 망막 색소 상피 조직에 생체 실험을 진행해, 자가포식 유도가 생체 환경에서도 HR 기반 정밀 유전자 편집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영국 원장은 “정밀 치료시대를 여는 데 필수적인 유전자 편집 기술의 안정성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 성과”라며, “향후 희귀 유전 질환 치료에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논문은 4월 '핵산 연구'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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