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아시아 배드민턴연맹 회장이 국제배드민턴연맹 이사로 재선출됐다. 한국 배드민턴의 스포츠 외교를 책임질 김중수 회장은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과 30년 넘는 인연을 갖고 있다. 국내외에서 두 사람의 협력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중수 회장 제공
- 두 김(金), 올림픽 금메달 2개 딸 때 선수와 지도자
-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대 아시아연맹 회장
- 국제연맹 이사 재선출로 한국 셔틀콕 지원 다짐
- 이용대 발굴해 키운 지도력, 풍부한 행정 경험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50)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일약 스타 탄생을 알렸습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이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을 때였습니다.
당시 김동문 회장은 5년 연상인 길영아(현 삼성생명 감독)와 짝을 이뤄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애초 예상은 박주봉(현 한국 대표팀 감독)과 나경민(현 한국체대 교수이자 김동문 회장의 부인)의 금메달이 유력해 보였습니다. 박주봉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김문수와 남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새롭게 추가된 혼합복식 초대 올림픽 챔피언을 노리고 은퇴까지 미룬 채 마지막 불꽃을 태웠습니다.
<사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딴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과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김중수 아시아 배드민턴연맹 회장. 김중수 회장 제공
하지만 원광대 학생 신분이던 김동문이 예상 밖으로 결승에서 박주봉-나경민 조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김동문이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영광의 주인공이 될 때 김중수 아시아 배드민턴연맹 회장(65)은 대표팀 코치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김중수 회장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대표팀 감독을 맡아 김동문-하태권 조의 남자복식 금메달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김동문 회장의 올림픽 2개에 김중수 회장이 모두 지도자로 곁을 지킨 것입니다.
필자는 1996년 5월 홍콩에서 열린 토마스 우버 컵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대표팀에서 김중수 코치와 막내급 선수였던 김동문, 나경민을 만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처럼 30년 넘게 인연을 맺은 김중수 회장과 김동문 회장이 이제 사제 관계를 뛰어넘어 동반자로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사진> 26일 중국 샤먼에서 열린 제86차 BWF 정기 총회 모습. 김중수 회장이 이사 선거를 통해 재선출됐다. 김중수 회장 제공
김중수 회장은 26일 중국 샤먼에서 열린 제86차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정기 총회를 통해 이사로 재선출됐습니다. 이사 선임 투표에서 김중수 회장은 총 260표를 받아 후보자 25명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득표를 기록해 앞으로 2029년까지 4년 더 BWF 이사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2021년 처음 이사로 당선됐던 김중수 회장은 “4년간 세계연맹 이사로 활동한다. 아시아연맹 회장으로서 세계연맹과 아시아연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한국 배드민턴 위상을 국제사회에 널릴 알릴 수 있게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중수 회장은 또 “한국에도 국제배드민턴 행사를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긴밀히 협의해 갈 수 있게 하겠다”라며 김동문 회장과의 협업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중수 회장은 지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선거에서 김동문 회장과 경합에 나선 다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김동문 회장이 당선되면서 김중수 회장은 대한배드민턴협회 신임 집행부와는 다소 껄끄러운 사이가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진> 김중수 회장이 자신이 발굴해 키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와 전국체전 성화 봉송을 하고 있다. 방송 캡처
<사진> 선수, 지도자, 행정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중수 회장. 동아일보 캡처
하지만 김중수 회장은 최근 김동문 회장의 취임식에도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한 데 이어 이번에 BWF 이사 재신임을 통해 새로운 화합의 분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동문 회장이 국내 배드민턴을 책임지고 이끈다면 김중수 회장은 한국 배드민턴의 국제 외교를 거들면서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중수 회장은 국제 무대에서 그나마 명함이 통하는 몇 안 되는 한국 인사라는 평판을 듣고 있습니다. 한 배드민턴 전문가는 “김중수 회장이 스포츠 외교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김동문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한배드민턴협회와의 공조가 필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김중수-정명희, 김동문-나경민 부부처럼 한국 배드민턴에는 셔틀콕 커플이 유난히 많습니다. 관련 내용을 담은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 캡처
<사진> 선수 시절 혼합복식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김동문 회장과 나경민 한국체대 교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김중수 회장은 2023년 한국인으로는 17년 만에 아시아 배드민턴연맹 회장에 올랐으며 그 임기는 2027년까지입니다. 지도자로서 이용대를 발굴하기도 했던 김 부회장은 스포츠 행정가로서 주요 직위를 두루 거쳤습니다. 김중수 회장과 김동문 회장은 모두 셔틀콕 부부입니다. 김중수 회장의 부인은 한국 배드민턴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꼽히는 정명희 전 화순군청 감독입니다.
김동문 회장은 은퇴 후 원광대 교수로 강의에 전념하면서 협회 행정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장기간 대한배드민턴협회, 실업 배드민턴연맹 등 다양한 단체의 임원을 역임한 김중수 회장의 풍부한 경험은 김동문 회장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김동문 회장의 어깨에는 개인 스폰서 허용에 따른 신규 후원업체 영입이라는 무거운 짐이 놓여 있습니다.
넓은 네트워크와 사업수완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 김중수 회장이 해결사로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그 전제는 비록 타고 있는 배는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노를 젓고 있다는 공감대와 신뢰일 겁니다.
김중수 회장은 “김동문 회장이 전주농고 다닐 때 처음 봤다. 오래 같이 선수촌 생활을 해서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각자 맡은 일만 잘하고 서로 협력해서 국내외에서 한국 배드민턴의 위상을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김(金) 회장의 찰떡 호흡이 멋진 포인트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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