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이상철 항우연 원장 간담회
“재사용 발사체, 과기부 특정 평가 대상서 탈락
우주청이 재신청 계획, 항우연 기술개발은 계속
한화와 누리호 기술이전 협상은 마무리 단계”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2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이 차세대발사체 재사용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재사용 전환 계획이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에서 ‘특정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지만, 이와 무관하게 필요한 기술 개발은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당초 연구비를 받을 때 계획을 수정하면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원장은 2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차세대발사체 재사용 전환은) 우주항공청에서 후속 사업을 보완해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며 “항우연은 기술적인 사안을 지원하는 형태”라고 밝혔다.
우주청은 지난 2월 차세대 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기로 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정평가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사업으로 사업 계획을 바꾸려면 과기정통부의 특정평가나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이 중 과기정통부 특정평가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우주청이 특정평가를 받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는 제출된 사업 변경안이 특정평가 대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우주청과 세부 사항을 협의할 예정으로, 아직 추진제가 정해지지 않아 한계가 있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추진제 변경 여부와 무관하게 유도 제어나 발사체 제작 설비 등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보다 직경이 커져 새로운 제작 설비와 고성능 소재 확보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누리호 지식재산권(IP) 논란은 마무리 단계다. 이 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기술이전 협의를 거듭하면서, 오는 11월 누리호 4차 발사를 앞두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위해 긴밀한 공동개발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영민 소장도 “지재권 공동 소유는 기존 법 체계상 어렵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기술이전과 활용을 유연하게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공식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누리호 기술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성공적으로 이전하면 내부 인력을 차세대 발사체, 달 착륙선, 행성 간 우주선 개발 등의 연구 프로젝트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이 원장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KPS 사업은 3조7000억원 규모로, 위성 8기를 순차적으로 발사해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이 원장은 “KPS는 단순한 자율주행 인프라를 넘어 안보상 독자적 항법 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GPS, 구 소련의 글로나스, 유럽의 갈릴레오처럼 글로벌 단위의 위성항법시스템이 있다”며 “중국, 일본도 자국에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도 이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전문 인력 부족과 같은 문제들로 지연된 것은 사실”이라며 “효율적으로 연구단을 운영하기 위해 항우연 원장 직속으로 독립 사업단 구성을 논의 중이며, 5월 중 관련 위원회가 열릴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최근 불거진 기술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기밀 여부와 상관없이 보안성 검사나 결재 등 기관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이 문제”라며 “현재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6월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연구원 내부에서도 기술 유출과 관련해 전체 이메일을 보내고, 1년 1번 교육에서 2번으로 바꿔 예방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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