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의 Deep Read - 국민의힘 대선 프레임 전략
메시지전은 프레임전… 국힘, ‘개헌 연합후보 vs 호헌 이재명’ 대선구도 수립 착수
‘한덕수와 단일화-반명 빅텐트’ 성사 여부가 최대변수… 승리연합 땐 박빙 대선 될 수도
국민의힘의 2차 대선 후보 경선 진출자 발표(29일)를 앞두고 4인 후보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후보들이 야권의 ‘내란정당’ 공세를 극복하는 새 프레임 전략으로 개헌과 연정을 매개로 빅텐트 구축에 나설 경우 6·3대선 지형이 요동칠 수도 있다.
◇프레임과 대선
향후 대선은 세 번의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첫 번째 국민의힘 최종 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 두 번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이룰 것인가. 세 번째 ‘반명 빅텐트’가 만들어질 것인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정보단축’ 이론과 ‘프레임’ 이론이 있다. 정보단축 이론은 제한된 정보 환경 속에서 유권자들이 효율적으로 선택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인지적 지름길 또는 단서에 대한 이론이다. 당원과 국민은 빅4 후보의 정책·공약·자질 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적·인지적 자원을 충분히 쏟기 어렵다. 따라서 후보자의 인상 또는 ‘개인적 매력’ ‘특정 이슈에 대한 후보자들의 포지션’ 등에 대한 제한적 정보를 통해 결정을 내린다.
정보단축은 궁극적으로 프레임과 연결된다.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프레임 개념을 제시했다. 정치적 메시지 싸움은 곧 프레임 전쟁이다. 선거는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논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어떤 프레임을 먼저 심고 이를 활성화시키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가 “정권 교체냐 정권 연장이냐가 아니라 홍준표 정권이냐 이재명 정권이냐”라고 천명한 것은 프레임 전략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프레임은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 잡아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적 설득은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즉 기존의 프레임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프레임으로 소통해야 한다. 국민의힘 네 후보가 제시하는 비전은 ‘위대한 대한민국’(김문수), ‘국민통합과 시대교체’(안철수), ‘시대교체·세대교체·정치교체’(한동훈), ‘제7공화국과 선진대국’(홍준표) 등인데, 큰 차이가 없다. 거꾸로 김 후보는 ‘극우 정치인’, 홍 후보는 ‘막말·꼰대’, 한 후보는 ‘배신자’, 안 후보는 ‘철수’라는 부정적 프레임이 작동 중이다.
◇3개 프레임
정보단축 이론과 프레임 이론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가진다. 프레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단축 활용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단서의 현저성 증대. 특정 프레임은 특정 정보 단서를 더욱 부각시켜 유권자의 주의를 끌고 중요하게 인식하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경제 위기 상황에서 ‘한덕수=능력 있는 경제 전문가’ 프레임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다.
둘째, 단서의 해석 방향 제시. 프레임은 유권자가 특정 정보 단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셋째, 새로운 단서의 중요성 부여. 기존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단서를 유권자의 선택에 중요 요소로 부각시킬 수 있다.
향후 국민의힘 경선에는 3개의 프레임이 작동한다. ①‘후보 단일화’ 프레임.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하는 시나리오다. 김문수 후보가 김덕수(김문수+한덕수)를 내세우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내세웠고, 이어 홍·한 후보가 반대에서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안 후보는 한 대행의 출마에는 반대하지만 출마한다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공개했다.
②‘개헌’ 프레임. 국민의힘 네 후보가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공유한다. 다만 임기단축 개헌론에는 조금씩 입장이 다르다. 홍준표 후보는 “임기단축은 안 된다”고 했고, 한동훈 후보는 “임기단축 없는 개헌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내년 6월 지방자치 선거와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그럼에도 네 후보가 이번 대선을 ‘호헌세력(이재명) 대 개헌세력(국민의힘)’이라는 프레임으로 가져가면 유권자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③‘친윤·비윤’ 프레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는 있을 수 없다는 후보(김문수)와 ‘윤 어게인’에 대한 소극적·적극적 반대론을 펴는 나머지 세 후보들 간의 경쟁이 주목된다.
◇승리연합 구축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국민의힘 2차 경선은 ‘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1차 경선 결과로 예단하기 어렵다. 일단 김문수 후보가 ‘후보 단일화’ 프레임을 내세우면서 경선 초반 당심을 파고들었다. 한덕수 카드가 급부상한 이유는 기존 국민의힘 후보들로는 이재명 대세론을 넘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열린 메시지는 이러한 보수 지지층의 호응을 얻었다.
1987년 체제 이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정치적 협상(1997년 DJP, 2022년 윤석열·안철수), 둘째 여론조사(2002년 노무현·정몽준), 셋째 일방적 사퇴(2012년 문재인·안철수). 앞에 두 개는 승리했고, 뒤에 것은 실패했다. 이 사례들이 주는 함의는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대행 간에 ‘고도의 정치적 협상을 통한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재명 대세론에 맞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수는 대선에 임박해 나올 지지율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집권당 노무현 후보는 대선 종반 지지율이 바닥권이었다. 당시 대선 한 달여 전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11월 6일) 결과 노무현 지지는 16.8%로 이회창 36.0%, 정몽준 22.4%에 절대 열세였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에서 “노무현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며 후보단일화협의회가 결성됐다. 궁지에 몰린 노무현은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보였던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을 받아들였고, 그의 승부수는 통했다.
이번 대선도 비슷한 경로를 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서 최종 선출된 대선 후보가 한덕수와의 일전을 각오할 때 ‘승리연합’ 결성이 가능해진다. 후보 단일화 이슈가 해결되면 다음 단계는 이재명 집권 저지를 목표로 하는 폭넓은 ‘반명 빅텐트’ 구축이다. 김 후보는 처음부터 빅텐트에 적극적이었고, 지금은 홍·한·안 후보도 “우리 당 후보를 중심으로 한 빅텐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박빙의 싸움 될까
국민의힘이 개헌과 연정을 매개로 빅텐트론을 실행에 옮긴다면 6·3대선 지형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대선이 범진보 대 범보수 간 대결로 치러질 경우 이재명 후보의 일방적 우세가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배재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장
■용어 설명
‘프레임’론이란 대중은 프레임을 장악한 세력이 주도하는 비전 속에서 세상을 파악한다는 것. 일단 주도권을 쥐게 된 프레임은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침.
‘승리연합’은 원래 여러 정파가 연대해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것. 라이커는 50% 이상에 근접한 ‘최소 승리연합’ 가설을 제시. 여기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한 정파 간 선거연합을 뜻함.
■ 세줄 요약
프레임과 대선: 6·3대선은 향후 몇 차례의 변곡점을 맞이할 것. 정치적 메시지 싸움은 곧 프레임 전쟁임. 유권자에 대한 정치적 설득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는 데 초점 맞춰야.
3개 프레임: 프레임은 유권자의 정보단축 활용에 영향을 미침. 단서의 현저성을 증대시키고 해석 방향을 제시하며 그 중요성을 부여. 국민의힘 경선에는 ‘후보단일화’ ‘개헌’ ‘친윤·비윤’ 등 3개 프레임이 작동 중.
승리연합 구축: 향후 대선 최대 변수는 국민의힘 내 ‘한덕수와 단일화-반명 빅텐트’ 등 승리연합 구축 여부. 국민의힘이 개헌과 연정을 매개로 빅텐트론을 실행에 옮긴다면 6·3대선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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