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2020년 추진하다 반발에 좌초
시민사회단체, 필요성 강조…의료계도 "공공의료 문제점은 인식"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공공의대 설립을 제안하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과거 정부가 추진하다가 좌초한 전례가 있는 데다 그에 대한 의사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해서다.
이 후보는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의료 정책 발표문에서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며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공 의료시스템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열악한 환경과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수가 등으로 외면당하는 필수 의료 분야를 국가가 나서 책임지겠다는 게 이 후보의 의중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의대 설립은 과거에도 정부가 추진했다가 의사들의 거센 반대에 무산된 적이 있어 그 명분과는 별개로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1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갈등이 제대로 봉합이 채 되기 전에 의사들이 의대 증원만큼이나 반발하는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반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자칫 의대 증원 당시처럼 '일방통행'이 재현될 경우 의정갈등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의료계의 접점 찾기가 우선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이 후보가 이날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거론한 것은 현 정부의 일방 소통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혀 공공의대 설립 추진 과정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의대생들 수업 복귀 현황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의사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해 접점을 찾느냐다.
공공의대는 2020년 전공의 등 의사들이 반대한 사안이다. 당시 정부는 의대 증원·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려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전공의 파업 등으로 공중보건 위기가 심화하자 한 발짝 물러선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백기'를 들었지만 민주당은 야당일 때에도 공공의대 설립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민주당 의원 71명은 작년 7월 2일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필수 의료지역에 근무할 공공의사의 양성을 위해 공공보건의료대학·대학원을 설립·운영하는 게 해당 법률안의 핵심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역시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주장해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을 21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재차 제안했다.
반면 의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한다. 공공의대 설립만으로 지역·필수·공공의료 확충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공공의대 설립은 의협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개인을 지역에서 (강제적으로) 근무시키는 걸 제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설립은 물론이고 운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에 하나 설립이 된다고 해도 그 학생들이 의사로 배출돼 제 역할을 할 때까지의 대책은 무엇이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지금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이 적지 않은데 이것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 아니냐"고 했다.
서울 시내 한 의대 교수도 공공의대가 지속 가능한 정책이냐고 반문했다. 공공의대 졸업 후 '장기적으로' 정착하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의사들을 지역에 남아있게 하는 건 단순히 강제적으로 될 일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지원하느냐에 달렸다"며 "지역·필수 의료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한 공공의대 설립만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달성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사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의협의 김 대변인은 "의협도 공공·지방 의료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선 인식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논의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의료를 둘러싼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만큼 공공·지방 의료에 대해 정부와 해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성환 공보의협의회 회장은 "공공성을 늘려야 한다는 것엔 일정 부분 찬성한다"며 "지역 거점 병원을 육성하고 해당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체계를 확보해 지역에서 최종 치료를 받도록 의료전달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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