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귀한 몸’ 옛말…신입 개발자 채용 19% 급감
“AI, 저연차 개발자 뛰어 넘었다”…AI 일자리 대체, ‘개발자’ 직격탄
오픈AI, 구글 등 주요 AI 서비스도 코딩 역량 강화 추세
AI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 취업을 앞둔 IT분야 전공자 A씨는 최근 확 좁아진 ‘채용 문’을 실감하고 있다. A씨는 게임 분야 개발자로 진로를 희망하고 있지만, 신입 개발자 채용 공고 자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개발 전공자 몸값이 귀해져, 골라서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꿈같은 얘기”라며 “비정규직인 인턴부터라도 경험해 경력을 쌓고 싶지만, 이마저도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당장 내가 그 영향을 체감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한때 ‘CEO보다 귀하신 몸’으로 불리며 기업들마다 모시기 바빴던 신입 개발자들의 채용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인공지능(AI)이 웬만한 신입 개발자 직원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하면서, 기업들이 신입 채용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신입 개발자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개발자들의 역량이 약화되고 인력 자체가 축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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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웬만한 신입보다 낫다?” 뚝 끊긴 신입 개발자 채용= 18일 인사·채용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올 1분기 IT업계 채용 공고는 1년 전보다 13.4% 감소했다. 특히 신입 개발자 채용은 1년 전보다 18.9%가 줄었다. 경력직 개발자 채용 공고가 5.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IT 전체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AI로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신입 채용부터 줄이고 있는 셈이다.
IT업계에선 AI가 본격적으로 신입 개발자를 대체하게 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인 코딩 등 신입 개발자들의 역할을 AI가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진화되면서, 신입을 뽑을 바에야 AI 활용을 늘리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실제 국내 ICT 업계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무에 대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전해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경력직 개발자만 채용하는 등 게임업계에서도 신입 채용을 확 줄이는 움직임이다.
신입 개발자들이 설 곳이 줄어든 것인 비단 국내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신입 개발자의 역할을 AI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최대 채용플랫폼 인디드에 따르면 올 4월 개발자 구인 지수는 2020년 1월 대비 36.1 감소한 63.9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개발자 한 명 뽑는 대신 AI를 더 투입한다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의 토비 리트케 CEO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AI 대신 인간만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이상, 신입 직원을 뽑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원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AI 코딩, 인간 상위 1% 수준까지 진화”…개발자가 일자리 직격탄= ‘신입 대신 AI’를 택할 수 있는 것은 AI 기술이 그만큼 진화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AI의 결과물이 인간의 최고 수준을 웃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가 속속 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오픈AI의 AI모델 ‘o3’와 ‘o4-미니’는 알고리즘 기반 코딩 대회 플랫폼인 코드포스 평가에서 각각 2706점, 2719점의 최상위권 점수를 기록했다. 이 점수는 실제 인간 참가자 기준으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실력이다. 두 모델 모두 복잡한 알고리즘 문제를 실전처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왔다.
더 나아가 오픈AI는 이달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새로운 모델 ‘GPT-4.1’까지 선보이고 코딩 전문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구글, 앤트로픽 등도 최근 ‘제미나이 2.5 프로’와 ‘클로드 3.7 소네트’를 출시, AI의 코딩 능력을 진화시키고 있다. 웬만한 신입 직원 수준 이상의 코딩 결과물을 AI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뒤따르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AI가 신입 개발자의 능력을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이 지난해 현직 개발자 18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중 43%가 ‘깃허브 코파일럿’, ‘챗GPT’ 등 생성 AI 코딩실력이 지난해 기준으로 경력 1~3년 차 개발자들의 실력을 능가했다고 응답했다.
ICT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진화할수록 신입 뿐 아니라 경력직 개발자들까지 위협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며 “AI의 일자리 대체 영향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개발자 분야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ICT 핵심 인력을 축소되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입들이 경험할 기회가 적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한 경력직도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IT 핵심 인력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것 아닐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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