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는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5개국을 말한다.
중앙아시아가 스타트업들에 관심을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유럽에 가깝고 유럽 기술 표준을 채택한 곳이 많아 유럽 진출을 꾀하는 스타트업들에 발판 역할을 한다.
한국보다 규제가 덜한 것도 장점이다. 원격 의료, 약 배달 등 한국에서는 의료법에 막혀 할 수 없는 사업들도 중앙아시아에서는 가능하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해외 사업을 확대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중앙아시아를 눈여겨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미소정보기술은 이달 초 키르기즈공화국(키르기스스탄)의 도르도이 그룹 및 살롬베코프대학과 의료분야의 디지털 전환 및 AI 개발을 위해 제휴를 맺었다. 연 매출 30조 원의 도르도이그룹은 키르기즈공화국의 최대 기업이다.
이번 제휴로 미소정보기술은 키르기즈공화국에서 의사들이 작성하는 처방전을 비롯해 각종 의료기록을 디지털 파일로 기록하고 정보기술(IT)을 이용한 건강검진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한다. 또 도르도이그룹이 살롬베코프대학을 갖고 있어 의대의 디지털 교육 시스템 개발 및 인력 양성에도 참여한다. 정혜원 미소정보기술 대외협력실장은 "키르기즈공화국은 중앙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유럽 및 몽골, 러시아까지 진출할 수 있다"며 "원격진료, 약 배달 등 규제가 없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소정보기술이 디지털 의료 시스템을 지원하는 키르기즈공화국의 살롬베코프 의대. 미소정보기술 제공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비트센싱도 지능형교통체계시스템(ITS)으로 중앙아시아에 진출한다. 이 업체는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국가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에 교통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교통 흐름을 관리하는 ITS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중앙아시아가 IT로 도시 기반 체계를 관리하는 스마트시티에 관심이 많아 사업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센싱 관계자는 "이달부터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에 ITS용 감지기를 수출해 설치하고 있다"며 "중앙아시아는 원유와 광물 등 자원 수출로 번 돈을 스마트시티에 투자하고 있어 한 국가에 진출하면 인접국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꽤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물류기업 태웅로직스는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겨냥해 크로아티아 물류회사 라트란스를 지난해 인수했다. 한재동 태웅로직스 대표는 "발칸반도의 내륙 물류 운송로를 개발해 장기적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물류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를 만드는 코리아모빌리티는 2023년 타지키스탄 기업 가이유와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한 양해 각서 체결을 발표했다. 이 업체는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유럽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법무법인도 등장했다. 차앤권 법률사무소는 지난 2월 우즈베키스탄의 법무법인 블랙스완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기업법, 노동법, 세법과 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법률자문을 제공한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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