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살모사. 위키미디어 제공
지역 기후를 이용해 뱀독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뱀에 물린 환자에게 지역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인도 대륙 전역에 살고 있는 러셀살모사(Daboia russelii)의 지역별 독 구성성분, 러셀살모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 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 의학 전문지 'PLOS 방치된 열대성 질환(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에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러셀살모사의 독은 매우 치명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도에서 뱀물림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 원인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뱀독의 독성은 다양한 효소의 농도에 의해 천차만별이다. 독성은 뱀이 먹는 먹이, 먹이를 먹는 횟수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껏 인도에서 러셀살모사의 독성을 다양화하는 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도 전역 34곳에서 채집한 115마리의 러셀살모사 독 샘플을 분석했다. 단백질, 인지질,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 등 독의 구성성분을 분석했다. 이후 연구팀은 과거 기후 자료를 활용해 독 성분과 뱀이 잡힌 지역 기후 사이의 관계를 파악했다. 그 결과 기온과 강수량이 뱀독 성분의 지역적 차이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기온, 강수량 등 기후요인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보인 변수는 프로테아제 활성이다. 프로테아제란 단백질이나 펩티드의 펩티드결합을 분해하는 효소를 일컫는 것으로 단백질 분해효소라고도 말한다. 프로테아제 활성도가 높을수록 단백질 흡수가 원활해지며 근육 합성, 면역 기능 강화, 에너지 생산 등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후요인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는 변수는 아미노산 산화효소의 활성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도의 건조한 지역에 서식하는 뱀일수록 프로테아제 활성이 더 높은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분석한 데이터를 사용해 인도에서 러셀살모사의 서식지에서 예상되는 독 유형을 나타낸 지도를 작성했다. 지도는 다양한 지역에서 뱀에 물렸을 때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지도를 통해 임상의가 뱀에 물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제공하거나 독소 특이적 항체와 같은 표적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카르틱 수나가르 인도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러셀살모사는 세계에서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한 뱀 종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다른 어떤 뱀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껏 뱀독의 특성에 비생물학적 또는 환경적 요인이 얼마나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했다.
<참고자료>
-DOI: 10.1371/journal.pntd.0012949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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