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공동대표(왼쪽)을 비롯한 MBN ‘언더피프틴’ 제작진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긴급 보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크레아스튜디오
결국 해명을 던져놓고, 여론의 향방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거짓 해명 논란이 얹어졌다. ‘아동 성상품화’라는 큰 비판에 직면한 ‘언더피프틴’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MBN의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이 방송가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킹’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만든 서혜진PD의 사단 크레아스튜디오가 오는 31일 첫 방송하려던 프로그램이었다.
‘언더피프틴’은 방송에 앞서 지난 21일 티저 영상을 올렸는데, 이 내용이 문제가 됐다. ‘언더피프틴’은 ‘미성년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로우틴(Low Teen)’ 그룹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제작됐다. 그런데 티저영상에서 10대 초반의 참가자들이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이 공개됐다.
MBN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의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가 공개한 참가자 프로필 이미지. 사진 크레아스튜디오
또한 참가자 프로필 이미지에서는 ‘바코드’ 이미지와 나이를 곁들여 공개했다. 그러자 곧바로 시민단체 등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언론과 시민, 방송 관련 시민단체들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아동 성상품화’를 지적하며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자 MBN은 21일 방송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는 지난 25일 전격적으로 긴급 보고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이 자리에 등장한 제작사 황인영 대표는 눈물을 보이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부분이 사실인 것처럼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출자이자 공동대표인 서혜진PD는 바코드 이미지에 대해서 “학생증의 느낌을 차용했을 뿐, 상품화는 아니”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서혜진 크레아스튜디오 공동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긴급 보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크레아스튜디오
MBN 측은 방송사가 편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는데 제작사가 해명 기자회견을 연 부분에 대해 ‘방송사와 제작사의 입장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하고 나섰다.
MBN 측 관계자는 ‘스포츠경향’에 “사회적 상황에 따른 우려를 감안해 양측(방송사·제작사) 모두 여러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 중에 있다”면서 “제작사 역시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 강행보다는 사전에 보여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5일 편성에 관련해 긴급 보고회를 비롯해 여론과 편성 등을 재검토한 후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해명을 내놓은 후 여론의 추이를 봐 편성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언더피프틴’과 관련한 논란은 미성년자의 상품화에 국한해 있지는 않다. 제작사가 해명한 내용 외에도 15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서바이벌 오디션을 통해 겪게 될 극심한 스트레스 그리고 결과에 따라 대중의 평가가 나올 경우 이에 무방비 노출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관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
서혜진 공동대표(왼쪽)을 비롯한 MBN ‘언더피프틴’ 제작진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긴급 보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크레아스튜디오
게다가 제작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칫 거짓으로 보일 수 있는 해명도 내놔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이날 서혜진PD는 “2주 전에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워회 등에 완성본을 제출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부적 검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곧바로 해명 자료를 내고 이를 반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된 프로그램으로 대상으로 ‘사후 심의’를 하고 있다”며 “(언더피프틴의) 방송 이전에 완본 프로그램을 받은 바 없고, 이를 검토해 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공개석상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크레아스튜디오 측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크레아스튜디오 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분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구분해 대답하지 못했다”며 “시사 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은 곳은 MBN”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해명을 하고 여론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거짓 해명 논란 등 그 진실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 ‘꿈을 향하는 열정을 돕는’ 취지라지만 그 방식에 있어 많은 오해를 자아내고 있는 ‘언더피프틴’의 편성은 과연 계획대로 이뤄질 것인가. 이제 방송 예정일은 4일 앞으로 다가와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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