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일반인 희생자 서규석씨 아내 유성남씨. ⓒ시사IN 조남진
일반인 희생자 고 서규석씨의 아내 유성남씨(52)는 당시 중고교생 자녀 2남 1녀를 둔 가정주부였다. 세월호 참사로 남편을 잃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트라우마와 폐소공포증 때문에 아직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지 못한다.
“남편은 제주도로 출장을 가던 길이었어요. 간판 사업을 했거든요. 비행기 타고 가라고 했더니, 같이 가는 사람이 트럭에 짐을 싣고 가야 한대요. 심심하니까 같이 가줘야 한다고…. 4월15일 저녁때 배에서 딸한테 전화했더라고요. 아빠 내일모레 올 테니까 엄마 말 잘 듣고 있으라고. 그게 마지막 통화였어요. 제가 평소 TV를 안 켜놓다 보니까 사고 소식도 오후에나 알게 되었어요. 연락처를 몰라서 수소문하다가 남편 수첩에 같이 가신 분 연락처가 있어서 전화를 했더니 그분 부인이 받더라고요. 자기 남편은 나왔는데 우리 남편은 못 나왔다고…. 그래서 순천 사는 시동생에게 연락해서 진도로 보내고, 학교에 간 애들 데리고 저도 내려갔죠. 남편은 사고 난 지 9일 만인 4월24일 올라왔어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년이 흘렀잖아요. 저는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도 버스나 지하철을 못 타요. 갇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도 화장실 문이고 뭐고 다 열어놓고 지내요. 숨이 턱 막혀서 죽을 것 같은 기분 때문에 문을 못 닫겠어요. 우울증 약도 먹어봤고, 지금도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어요. 그나마도 2~3시간 자다가 남편이 배에 갇힌 그런 기억이 떠오르면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요. 갇혀 있다는 공포 때문인지 소리 지르면서 일어나게 돼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생각할 때가 제일 힘들어요. 유가족은 다 그럴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어떤 큰 사고 때문에 유가족이 되셨다면 그분들도 다 이런 기분으로 평생을 사실 것 같아요.
처음에 사고 났을 때는 몰랐는데 살면서 보니까 죄인 아닌 죄인이더라고요. ‘돈 때문이냐?’ ‘돈 때문에 아직도 저러고 있어?’ 하는 말을 늘 들었어요. 남편 잡아먹고 돌아다닌다는 말도 들어봤고요. 그 소리를 듣고 1년 동안 집 밖에 한 발짝도 안 나갔어요. 내가 죽인 거 아닌데, 나 때문에 죽은 거 아닌데, 제가 그렇게 생각을 해도 주위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았죠. 젊은 나이에 남편 잃고 혼자되니까 그런 말들을 쉽게 하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 이사도 했어요. 생각 없이 하는 말 때문에 상처를 받다 보니 어디 가서 세월호 유가족이란 말도 못해요. 터놓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요.
지난 10년 세월 동안 그냥 버티는 게 일이었던 것 같아요. 몇 년이 흐르고 몇십 년이 흘러도 그냥 버티는 게 목적인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처음에는 애들 때문에 버텼고, 지금은 애들이 컸으니까 버텨보며 사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딸이 얼마 전 손녀를 낳았어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손녀를 보면서 또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어요. 언젠가 가족들끼리 모여서 옛날 얘기를 웃으면서 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조남진 기자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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