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변심은 배신·배반
배신이 아니라 기술 ‘혁신’
배반이 아니라 판매 ‘배가’
신형, 더 세지고 편안해져
파나메라 신형(왼쪽)과 기존 모델 [사진출처=포르쉐]
“잘 들어, 포르쉐는 낮아야 제 맛이라면 무조건 낮아야 해. 이건 배신·배반이야”
영화 ‘넘버3’의 송강호처럼 포르쉐 마니아들은 2000년대 들어 배반·배신에 충격을 받았다. 포르쉐가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정통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2002년 출시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이다. SUV는 낮은 차가 아닌 높은 차다. 또 실용성에 중점을 둔 차종으로 포르쉐의 프리미엄 인지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포르쉐 카이엔은 그냥 용서할 수 없다. 징그럽다. 런던 서부의 멍청한 사람들만 타고 다닐 차”라는 악담이 쏟아진 게 당연했다.
배신의 아이콘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차(車)생역전한 1세대 카이엔 [사진출처=매경DB]
“차는 낮아야 제 맛”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911, 박스터 등을 앞세워 ‘2인승 스포츠카 대명사’로 자리잡은 포르쉐의 변심은 배신으로 여겨졌다.
두 번째는 7년 뒤 출시된 파나메라다. 카이엔의 배신을 한번 용서해줄 무렵 또다시 포르쉐 마니아들은 경악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도 충격을 받았다.
포르쉐 추종자들은 다시 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고 여겼다. ‘정통성’을 훼손한 4인승 세단이기 때문이다.
배신·배반에 환호, 1만대 클럽 가입
‘강남 쏘나타 ’자리를 노렸던 파나메라 2세대 [사진출처=포르쉐]
포르쉐 추종자들과 달리 시장은 두 번의 배신·배반에 환호했다. ‘혼쭐’난 게 아니라 ‘돈쭐’이 났다.
첫 번째 배신자인 카이엔이 판매 대박을 터트리면서 포르쉐는 적자탈출에 성공했다. 두 번째 배신자인 파나메라를 통해서는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다졌다.
배신과 파격을 통해 혁신을 추구한 파나메라가 세단 시장에서 ‘포르쉐 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인승 스포츠카보다 범용성 높은 파나메라 덕에 포르쉐 마니아들은 더 많아졌다.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장악했던 독일 3사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는 포르쉐 파격에 충격을 입었다.
2세대 파나메라 4E 하이브리드 [사진출처=포르쉐]
국내에서도 파나메라는 카이엔 다음으로 많이 팔리며 ‘소프트’ 포르쉐 마니아들을 양산했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다음에 타는 수입차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파나메라는 ‘국민MC’ 유재석의 애마로도 유명하다.
‘수입차 메카’ 서울 강남에서 현대차·기아 차종만큼 많이 보이는 차종에 붙는 ‘강남’ 타이틀도 렉서스, 벤츠, BMW에 이어 포르쉐 몫이 되고 있다.
‘강남 싼타페·쏘렌토’ 타이틀을 사실상 획득한 카이엔에 이어 파나메라도 ‘강남 쏘나타’ 자리를 노리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판매대수는 28만2569대로 전년보다 2.6% 감소했다.
수입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포르쉐는 판매가 늘었다. 총 1만1379대로 전년보다 26.1% 판매가 늘었다. 수입차 성공지표인 ‘1만대 클럽’에도 가입했다.
배신자들은 포르쉐 성장에 가장 기여한 차종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카이엔은 전년보다 17.3% 증가한 4827대가 판매됐다. 파나메라는 36.8% 늘어난 1826대가 팔렸다.
신형 파나메라, 馬力 대신 魔力 발산
신형 파나메라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포르쉐는 지난해 9월 3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거듭난 뒤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넘버1’ 카이엔에 이어 ‘넘버2’의 경쟁력도 높였다.
포르쉐코리아가 2일 공개한 3세대 파나메라는 7년 만에 완전변경됐다.
국내에는 파나메라4와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를 먼저 판매한다.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신형 파나메라는 얼핏 보면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신 ‘터치’를 통해 더 역동적으로 다듬었다.
속은 더 알차졌다. 역동적인 주행 성능, 디지털 편의성 등에 혁신 기술을 적용해 가장 다이내믹하면서도 편안한 스포츠 세단으로 거듭났다.
홀가 게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출시행사장에서 “파나메라는 스포츠카의 성능과 세단의 편의성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며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정수이자 브랜드의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신형 파나메라는 광범위하게 개선된 엔진, 매력적인 디자인, 최적화된 디지털 환경까지 한층 더 새로워졌다”며 “국내 럭셔리 클래스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나메라 신형(왼쪽0과 기존 모델 [사진출처=포르쉐]
포르쉐에 따르면 신형 파나메라는 지속 가능한 최첨단 드라이브트레인과 효율성을 중점으로 엔진을 완전히 업그레이드했다.
신형 파나메라 4는 부스트 압력, 연료 분사 시기, 점화 타이밍을 최적화하기 위해 2.9 리터 V6 터보 엔진 성능을 개선했다.
최고출력은 360마력(PS), 최대토크는 51kg.m에 달한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초다. 최고 속도는 270km/h다.
3세대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는 파나메라에서 선보이는 네번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터보 E-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핵심은 4리터 V8 터보 엔진이다. 새롭게 개발된 190마력 의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시스템 출력은 총 680마력, 시스템 토크는 94.9kg.m에 달한다.
제로백은 3.2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315km/h다.
25.9kWh로 늘어난 배터리 용량을 통해 도심에서 83~93km를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새로운 11kW 온보드 AC 충전기는 충전 시간을 2시간39분 이내로 줄여준다.
신형 파나메라는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를 포함한 듀얼 챔버 2밸브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 사양으로 장착했다.
2밸브 테크놀로지는 댐퍼 컨트롤을 리바운드와 컴프레션 스테이지로 분리해 안락한 승차감과 스포티한 성능을 모두 발휘한다.
파나메라4, 1억7670만원에 판매
신형 파나메라 트렁크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전장x전폭x전고는 5050x1935x1425mm로 스포츠 세단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추가 에어 인테이크는 드라이브 시스템에 필요한 공기량을 확보해준다.
새로운 디자인의 측면 윈도우 라인은 4도어 스포츠카의 세단 특성을 갖췄다. 리어 윈도우의 바깥 쪽 가장자리는 차체 윤곽과 일치한다.
포르쉐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 콕핏 콘셉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제어 요소 간의 균형과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된 주행 필수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기어 셀렉터 레버는 스티어링휠 바로 오른쪽에 자리잡았다. 모드 스위치를 통해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를 선택할 수 있다.
신형 파나메라 실내 [사진출처=포르쉐]
선택사양인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더욱 풍부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10.9 인치 화면은 차량의 성능 데이터 표시, 주행 중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작동, 비디오 스트리밍 기능을 지원한다.
운전석에서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볼 수 없도록 디자인돼 운전자를 방해하지 않는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스마트폰과 차량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기본 사양이다. 3만2000개 이상의 픽셀을 갖춘 고해상도 HD 매트릭스 LED 조명 시스템은 선택 사양이다. 차선 밝기 조절 등 완전히 새로운 라이트 기능을 제공하며 최대 가시거리는 600m에 달한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개선됐다. 원격 파크 어시스트(ParkAssist) 기능으로 스마트폰에서 주차 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가격(부가세 포함)은 파나메라4가 1억7670만원,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가 3억910만원이다.
신형 파나메라 질주 [사진출처=포르쉐]
신형 파나메라는 차량 한 대로 ‘신사의 품격’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뜨거운 정열’도 내뿜고 싶어하는 욕심많은 소비자들이 공략대상이다.
아울러 벤츠 E·S클래스, BMW 5·7시리즈, 아우디 A6·A8 틈새도 공략한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다음 차로 쇼퍼드리븐카(운전기사가 따로 있는 차) 성향의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는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타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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