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34% "차후 수련 의사 없다"
'수련 의사 없다' 87%, '의사 악마화'에 환멸
"의대 정원 감축해야" 64%… 증원은 4%
'젊은 의사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와 의대생 34%가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류옥하다씨 제공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한 젊은 의사들 34%가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공의·의대생 64%는 한국 의료 현실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2일 오전 서울 종로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젊은 의사 (전공의·의대생) 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나흘 동안 의대생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류옥씨가 개인 시민기자 자격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동향 조사다. 전국 전공의 1만2774명과 의대생 1만8348명을 합한 3만1122명 중 1581명이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34%는 앞으로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는 응답자 중 87.4%는 그 이유로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낫기 때문'(이하 복수응답)을 꼽았다. 수련 의사가 없는 이유로 '구조적인 해법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76.9%)과 '심신이 지쳐서, 쉬고 싶기 때문'(41.1%)이 뒤를 이었다.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한 1050명의 응답자 중 93%는 '의대 증원·필수 의료 패키지 백지화'가 선행돼야 수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되는 조건으로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인상(82.5%)과 ▲복지부 장관과 차관 경질(73.4%) ▲전공의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도 언급됐다.
전체 응답자 중 96%는 한국의 의료 현실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 규모를 감축하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중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보는 응답자는 전체의 64%였다.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은 4%인 63명에 불과했다. 의대증원을 택한 대다수(60명)가 500명 증원수준인 '3058명~3558명'이 적절한 의대 정원이라고 답했고 현재 정부안인 '5058명'을 고른 이는 2명 있었다.
젊은 의사들이 꼽은 한국 의료의 문제점은 ▲현실적이지 않은 저부담의 의료비(90.4%) ▲비인간적인 전공의 수련 여건( 80.8%) ▲응급실과 상급종합병원 이용의 문지기 실종(67.0%) ▲당연지정제(62.4%)였다.
류옥씨는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1일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수한 대통령 담화를 언급하며 "슬프게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젊은 의사 동향 조사가 보여주듯 현실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전공의와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류옥씨는 사직한 개인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전국 암 환자·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인 'NCTP'(Nationwide Cancer/Chronic disease Triage Project)가 시작한다고 밝혔다. 진료 지연 등으로 인한 아급성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은 이에 대해 "젊은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왜 생명을 살린다는 보람과 긍지를 갖지 못하고 있는지, 왜 오늘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인지 조사 결과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 사태 해결의 핵심은 '그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해결책이 나와야 된다'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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