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폐업 급증
정책금융종료·알테쉬 공습에
대규모 폐업사태 대비해야
‘생명연장’ 대신 취업 지원을
인력부족 산업도 살릴수있어
편의점을 운영하던 지인이 최근 사업을 접었다. 알바도 없이 부부가 교대로 자리를 지켰지만 갈수록 매출이 줄어 최저임금도 못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동네에 문닫는 카페, 치킨집이 늘고있다. 코로나19 확산 때보다 빈 점포가 더 많아보인다.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제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폐업으로 나온 중고 주방기구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의 위기는 폐업 통계에 그대로 드러난다. 소기업·자영업자 공제제도인 노란우산공제에 따르면 폐업으로 인한 공제금 지급건수는 지난해 11만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2월 장사를 접고 공제금을 찾아간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줄폐업이 이어지는 이유는 고금리와 고물가가 가장 크다. 자영업자 대부분 빚을 내서 사업을 하는데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화되다보니 이자와 자재값을 감당할 수 없다. ‘대폐업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피할수 없는 미래다. 장사는 안되는데 빚이 너무 많다. 2022년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자영업자 대출은 이제 1100조원을 넘었다. 코로나19 이후 4년만에 무려 400조원 증가한 셈이다. 이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은 27조원으로, 1년만에 50%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정부는 자영업자 생존을 위해 대출 원리금을 연장해줬는데 내년 9월이면 만기 연장이 종료된다.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 ‘알·테·쉬’의 초저가 공세는 가뜩이나 어려운 동네 점포의 생존을 위협한다. 근본적으로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022년 기준 한국이 23.5%로, 미국(6.6%)의 약 4배, 일본(9.6%)의 2.5배에 달한다.
그동안 자영업자 지원정책은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으로 편입시키고 정책금융을 통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영업 구조조정을 미루고 ‘생명 연장’에 치중한 결과 코로나19 이후에도 자영업자수는 되레 더 늘었다. 국세청에 사업소득을 신고한 자영업자수를 보면 2019년 530만명에서 지난해 723만명으로 증가했다.
더 늦기전에 자영업자 지원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한계선상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생명연장이나 재창업이 아닌 취업으로 유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자영업 비중을 줄이면서 동시에 인력난이 심각한 산업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가 이런 사업을 하고 있지만 폐업하는 자영업자수와 비교해 대상자가 1%도 안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희망리턴 패키지’의 경우 연간 예산 1500억원 규모이지만 여기에는 폐업이나 재창업 지원도 포함되기 때문에 취업전환 관련 사업예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전경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10명중 4명은 3년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을 지원하는 범부처 차원의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자영업자의 인력부족 업종 취업 지원을 시작한 프랑스 등 서유럽의 경우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업종별 단체가 협력해 자영업자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매칭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쪽에선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쪽에선 사람을 못구해 산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부터 조선소, 지방산업단지, 요양원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한다. 외국인 근로자 확대는 근본 대책이 아니다. 700만 자영업자중에 미래가 불투명한 이들을 급여근로자로 전환하는 게 우선이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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