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온라인 쇼핑몰에 수십·백만원대로
생소한 中브랜드 제품 판매글 올린 뒤
같은 제품 ‘저가 미개봉’으로 중고사이트 판매
전문판매업체 추정…“누적 적발시 제재”
당근에서 가전제품을 싸게 판매한다는 판매자에 문의한 모습 <사진=당근 앱 캡쳐>
생소한 브랜드명을 가진 가전제품을 네이버 쇼핑 등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처럼 보여준 뒤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개봉하지 않은 새 제품을 판다며 구매를 유도하는 변종 수법이 중고거래 시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 구매자에게 물건을 보내주기 때문에 사기 범죄는 아니지만 애초에 단가가 낮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임에도 마치 고가의 고급 브랜드인 것처럼 속여 주의가 필요하다.
2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법인명 당근마켓)에는 “미개봉한 무선 청소기, 에어프라이어 제품을 싸게 판매 한다”는 게시글이 최근 설정 지역과 관계없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기자가 구매 문의한 제품이 온라인에 등록돼 있는 모습 <사진=네이버 캡쳐>
이 게시글들은 모두 ‘오ㅇㅇ’, ‘보ㅇㅇ’, ‘블ㅇㅇㅇ’, ‘비ㅇㅇㅇㅇ’ 등 생활 가전 분야에서 생소한 브랜드명의 제품들을 판다는 내용인데, 공통적으로 네이버쇼핑 쿠팡 등 온라인에서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이 넘어갈 정도로 비싸게 팔리고 있는 고가의 제품이지만 “선물 받았다”거나 “집에 수납공간이 없다”는 식의 이유를 대며 10~20만원 대에 판매한다며 거래를 유도하는 게 특징이다.
이들 제품은 실제로 온라인에 검색하면 네이버쇼핑 등에 올라와 있어 고가의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매 리뷰가 거의 없고 모두 원산지가 중국인 제품이다. 유명 가전 브랜드가 아님에도 비싼 가격이 표기돼 있지만 당근에서 실제로 판매 완료된 경우가 있었으며 해당 브랜드의 물건을 받았더니 품질이 나빴다는 후기도 존재했다.
150만원대에 등록된 새 제품을 23만원에 팔겠다는 글 <사진=당근 앱 캡쳐>
실제로 기자가 “블ㅇㅇㅇ 브랜드의 오븐형 에어프라이기를 선물 받아 12만원에 판다”는 판매자에게 접촉해 직거래가 가능한 지 묻자 직거래는 안 되고 택배거래만 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택배거래를 할 테니 제품 실물을 보여 달라고 하자 돌연 “공장에서 가는 것이라 실물 사진은 없다”며 제품이 등록된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링크를 보내줬다. 네이버에는 해당 제품이 49만8000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기자가 사기가 아닌지 묻자 “공장에서 물건을 싸게 받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게시글에 ‘선물을 받아 필요가 없다’고 한 것에서 말이 바뀐 것이다.
당근 측에 확인 요청을 해보니 이런 글은 전문판매업자들이 반복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아예 물건을 보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기 범죄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제품이 네이버 쇼핑 등에서 비싸게 파는 것을 은연 중 보여준 뒤 싸게 주겠다고 현혹한다면 상황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거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80만원대 등록된 새 제품이 20만원에 판매 완료된 글 <사진=당근 앱 캡쳐>
특히 매일경제가 확인한 결과 브랜드 ‘오ㅇㅇ’과 ‘블ㅇㅇㅇ’의 경우 서로 다른 브랜드임에도 국내 판매자가 특정 업체로 같았다. 해당 업체에 문의하자 “우리는 B2B(기업간거래) 기업”이라며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기업들의 행사 사은품 용도로 해당 제품들을 보냈기 때문에 (당근)에 선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B2B 기업임에도 네이버쇼핑에 물건이 올라가 있냐는 질문에는 “1억이든 2억이든 가격을 정해 올리는 것은 업체 자유며, 소비자들은 네이버 쇼핑에 올라와 있는 가격에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당근 관계자는 “전문판매업자로 판별될 경우 운영 정책에 따라 제재 조치가 취해지며 신고가 누적될 경우 서비스 영구 이용제재까지 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 업자의 활동을 정책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게시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등 업자의 패턴을 학습한 머신러닝을 활용해 다양한 기술적 조치와 모니터링을 진행 중”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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