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고승민
주식시장이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4799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29일(18조5262억원) 이후 한달새 9537억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각각 5018억원, 4519억원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을 말한다. 연초 이후 지지부진하던 국내 증시가 지난달 모처럼 호황기를 맞으면서 빚투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신용거래융자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1월 중순 2435.9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3월29일 2746.63을 기록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자동차 등 수출주에 대한 투자 관심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증시 훈풍에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50조7434억원에 머물던 투자자예탁금은 2월 말 54조3356억원으로 급증했고 3월27일엔 55조323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증권사들은 주식시장 활황기를 이용해 신용거래융자 금리 인하 마케팅에 나서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를 단기간 이자 없이 제공하거나 최대 6개월간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등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7일간 이자율 0%를 제공한다. DB금융투자의 경우 이후 30일간 이자율 6.0%를 적용한다.
이외에도 KB증권·한화투자증권·교보증권·SK증권 등도 연 4.2~4.8% 이자율로 신용융자를 짧게는 30일, 최대 180일간 신규 고객에게 제공한다. 통상 연 9.0% 수준(31일 이상)인 신용융자 금리의 절반 수준이다. 신한·KB·한화·교보증권은 '휴면고객'에게도 같은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빚투는 단타 물량 확대로 증시 변동성과 투자 손실을 키울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대출 받아 산 주식이 특정 주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기 때문에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투자자는 원금 이상의 손실 위험이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연간 코스피 밴드 상단을 속속 올려잡고 있지만 단기간 내 추가 상승은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유동성 모멘텀에 힘입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을 극복하거나 채권금리 레벨다운으로 밸류에이션 확장이 전개되든지 아니면 강한 이익 개선세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세가 전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기간에 코스피 2800선 돌파나 안착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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