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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능력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소진시키는가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0
2026-06-12 10:37:3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손현주의 AI 인류학<br> (12) 능력주의라는 신앙</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43hRpJJ6sy">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e70fd9ff92f92bc28e1b1e012d4917011cd4ceeada60d523b4fa8c77da640924" dmcf-pid="80leUiiPwT"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한국 사회에도 능력주의가 고착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38616cxvq.jpg" data-org-width="800" dmcf-mid="KT5OL33Gw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38616cxvq.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한국 사회에도 능력주의가 고착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73374c107af0853eb1726106a9220b9f5dbdc507287ede1327173838a9265fa8" dmcf-pid="6pSdunnQOv" dmcf-ptype="general"> “열심히 하면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p> <p contents-hash="377884b4576f5014e0fe2bdacd12a4623569cf8feddd1b6b7f38e2c81cbfdf12" dmcf-pid="PUvJ7LLxmS" dmcf-ptype="general">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싹터 1990년대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함께 한국 사회를 완전히 장악한 이념은 단 하나였다. 뜨거운 교육열과 대기업 공채, 고시 열풍과 일상화된 야근, 그리고 철옹성 같은 SKY 대학 신화는 모두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줄기들이다. 바로 능력주의, 즉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철석같은 믿음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34bc052003448684f54d15b979a903c1e062c8a512ca35240a5e20803622ff6" dmcf-pid="QuTizooMs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39888ksyc.jpg" data-org-width="300" dmcf-mid="99zSLyyOw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39888ksyc.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1f6ed0113d98c0780fac0cc6a8e3f900ea9dc5e9f22eba550b79fa12cb24212e" dmcf-pid="x7ynqggRrh" dmcf-ptype="general"> 이 믿음은 언제나 공정함의 언어를 빌려 우리를 유혹했다. 출신 배경이 아니라 실력으로, 연줄이 아니라 성적으로 줄을 세우겠다는 그 약속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2020년대의 청년들이 새벽 다섯시에 눈을 떠 소셜미디어에 기상 인증 사진을 올리는 시대에 이르러 능력주의는 더 이상 제도나 원칙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일상의 숨결이 되었고, 마침내 인간을 규정하는 존재 방식 자체가 되었다.</p> <p contents-hash="f07155c0669eee594be83cef85e6cee41cb0aa5d5bed5a7b73740cb17bc5073d" dmcf-pid="ykx5DFFYsC" dmcf-ptype="general">최근의 신조어 ‘갓생’은 그 서글픈 전형이다. God(신)과 생(生)을 합친 이 말은 흠잡을 데 없이 부지런하고 충실하게 짜인 삶을 뜻한다. 새벽 기상과 분 단위의 시간 관리, 끝없는 자기 계발의 반복. 이는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하나의 엄격한 윤리적 잣대다. 이제 열심히 사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고, 효율성은 미덕을 넘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사양이 되었다.</p> <p contents-hash="7969f070561482bfa4bc9a1a4119f4c48ccac2adfcc5607130d508d0c7ef0254" dmcf-pid="WNnUCzztwI" dmcf-ptype="general">진짜 비극은 이 보이지 않는 채찍질이 외부의 강제가 아닌 자발적 내면화의 결과라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감시자 없이도 자신을 관리하고, 평가하며, 채근한다. 철학자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설파했듯, 현대인은 더 이상 외부의 폭력적 억압으로 지배당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자 노예가 되어 자발적으로 자신을 착취할 뿐이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복음은 어느새 “해야만 한다”라는 가혹한 강박이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끝내 자신을 남김없이 소진해 간다.</p> <p contents-hash="6d7daa753774c022b64a5e686d64032b3dfd868848cae63694c7f88caf597cc0" dmcf-pid="YjLuhqqFwO" dmcf-ptype="general"><strong>AI 이전의 능력주의: 시험과 학벌의 시대</strong></p> <p contents-hash="23d90ceda5983d6dadad4c291ae60f978f3438e0e4052066e5ad78c227143f01" dmcf-pid="GAo7lBB3Is" dmcf-ptype="general">AI 이전의 능력주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졌다. 입시 시험, 취업 시험, 자격증으로 평가의 장은 명확했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적어도 그 끝은 있었다. 수능이 끝나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입사 시험에 합격하면 일단락이었다.</p> <p contents-hash="faa0cf8a1bde82ceb0e27616b4b57835318785dc2cfaf1a359fb85a340806c91" dmcf-pid="HcgzSbb0Om" dmcf-ptype="general">그 시대의 능력주의는 제도 안에 갇혀 있었다. 학교라는 장(場)이, 기업이라는 조직이, 국가가 운영하는 시험이 평가의 기준을 독점했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언어를 빌리자면 학위, 자격증과 같은 제도화된 문화자본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기회 배분의 핵심 화폐였다.</p> <p contents-hash="38c507dc1c432da60c16c01e348e1229be3ffe56fd7502824768e85e06a2a98f" dmcf-pid="XkaqvKKpIr" dmcf-ptype="general">이 체계는 불평등했지만, 적어도 경계가 있었다. 강남 대치동의 학원가와 지방 소도시의 학교 사이에는 분명한 격차가 있었다. 그러나 그 격차는 보이는 것이었다. 비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희망으로도, 풍자로도 유통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 시스템의 인식 가능성을 보여준다.</p> <p contents-hash="7e1a1eb343c6e359f7fc1c36220714603612c14c32f5402b6c9632926676e566" dmcf-pid="ZENBT99UDw" dmcf-ptype="general">무엇보다, 퇴근 후의 시간은 나의 것이었다. 직장인은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있었다. 능력의 증명은 특정한 시공간 안에서 이루어졌고, 그 바깥에는 온전한 휴식의 영역이 존재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a4ce173a38ee231c09df56770f65cdae2cf693a5ec9ffd6da5b010bdaebe78cb" dmcf-pid="5Djby22uOD"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인공지능은 ‘좋아요’ 수, 조회수, 팔로워 수, 플랫폼 평점 같은 수치들이 개인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수치화하는 알고리즘 평판한 사회를 초래했다. Brett Jordan/ Unsplash"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41137kcmh.jpg" data-org-width="800" dmcf-mid="2MSLBaaeD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41137kcmh.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인공지능은 ‘좋아요’ 수, 조회수, 팔로워 수, 플랫폼 평점 같은 수치들이 개인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수치화하는 알고리즘 평판한 사회를 초래했다. Brett Jordan/ Unsplash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9d14e2aeff895a1bc72ad067cca60cd441fbc72fa90afc6a1bec0f72a31c9f5a" dmcf-pid="1wAKWVV7sE" dmcf-ptype="general"><strong>AI 시대의 능력주의: 끝나지 않는 평가</strong></p> <p contents-hash="dfbd050cfe81bb44ccbce605f1d3a53996adf4cc1ba8912339cf4a1f43a2d90b" dmcf-pid="trc9Yffzmk" dmcf-ptype="general">AI의 등장은 능력주의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제 평가는 제도 밖으로 나왔다. 24시간, 365일, 삶의 모든 영역이 능력의 증명 무대가 되었다.</p> <p contents-hash="2ae50678471c81a91c246b3b5cde4a6b3774eaabdecba55e738d7cb3ed91c99d" dmcf-pid="Fmk2G44qrc" dmcf-ptype="general">이러한 변화는 퍼스널 브랜딩 트렌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개인은 더 이상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리멤버’에서 자신의 직업적 전문성을 관리하고, ‘브런치’에서 경력의 서사를 기록하며,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의 성취를 콘텐츠로 생산하며 시장에서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과거에는 직장이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했다면, 이제는 개인이 자신을 끊임없이 기획하고 홍보해야 한다. 존재는 더 이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고 관리되는 대상이 된다.</p> <p contents-hash="43f5ce7e5d13e04e9cf07f399b82e86d6bf2cafe5cf7f13754204fffdcfe58a0" dmcf-pid="3sEVH88BwA" dmcf-ptype="general">두 번째 변화는 알고리즘 평판 사회의 도래다. ‘좋아요’ 수, 조회수, 팔로워 수, 플랫폼 평점과 같은 수치들이 개인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수치화한다. 과거 시험 중심의 능력주의가 이제는 데이터 기반 능력주의로 진화했다. 평가는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취향, 언어 능력, 예술 감상 능력 등과 같은 부르디외에게 체화된 문화자본은 이제 유튜브 알고리즘과 인스타그램 필터 속에서 재구조화된다. 특정 세바시 강연이나 인문·경제 유튜브 콘텐츠를 공유하고, 생성형 AI 활용 능력을 드러내는 행위는 현대판 디지털 아비투스(Habitus)를 형성하는 새로운 문화 실천이 되고 있다.</p> <p contents-hash="24a938915589f23ff213bc8975b5698d83c4afcb70945a06ee7b262e04e94b74" dmcf-pid="0ODfX66bIj" dmcf-ptype="general">이러한 평가는 노동 방식 자체도 변화시킨다. N잡과 사이드 프로젝트 문화의 확산이 그것이다. 본업 외에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투자와 강의를 병행한다. 이제 하나의 직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 창의적 실험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소득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인간은 더 이상 하나의 직업인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증식시키는 생산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p> <p contents-hash="a957826b891e0c8f62efbd0eae6cbdfabe29e0e5583bce76748038b83a5b6582" dmcf-pid="pIw4ZPPKwN" dmcf-ptype="general">그리고 수치화된 자아(quantified self)의 등장이 있다. 인바디로 체성분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샷으로 운동 궤적을 공유하며,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로 집중 시간을 초 단위까지 기록한다. 수면 시간, 걸음 수, 심박수까지 기록하며 자신을 최적화한다. 삶은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로 환원되고, 인간은 측정할 수 있는 존재로 재구성된다. 자기 이해가 아니라 자기 감시가 강화된다.</p> <p contents-hash="d27eef7e8a56b76065968c9180c195cf7ddf1297382f5b653316edd7137724d9" dmcf-pid="UCr85QQ9Ia" dmcf-ptype="general"><strong>생성형 AI, 능력주의를 가속하다</strong></p> <p contents-hash="ea26f1d40ee8b98874d1329b851d6f8382e588ae1a6c7c277a1d639643c8ea50" dmcf-pid="usEVH88Brg" dmcf-ptype="general">챗GPT의 등장은 이 흐름을 결정적으로 가속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냈는가’다. AI 도구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생산성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AI 역량 경쟁 트렌드가 부상한 것이다.</p> <p contents-hash="4bf24ea735eee6efda943165d25794bc70a433bbeddeba19afa40427af92879d" dmcf-pid="7ODfX66bIo" dmcf-ptype="general">이 변화는 두 가지 방향에서 압박을 가한다. 하나는 인간-기계 결합 능력으로의 재정의다. 능력주의는 이제 인간 내부의 능력이 아니라, 기계와 얼마나 잘 협업하는가로 측정된다. 챗GPT를 활용해 하루에 보고서 열 편을 쓰는 사람 앞에서, 두 편을 쓰는 사람의 성실함은 무의미해진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인간은 점점 기계처럼 작동해야 하는 존재로 변해간다.</p> <p contents-hash="50795916372b19c4556b228a4183db23fac49092f0cb82329e4d6cf2e7a1ba4c" dmcf-pid="zIw4ZPPKOL" dmcf-ptype="general">다른 하나는 성공학 유튜버 경제의 폭발이다. AI로 강의를 만들고, AI로 콘텐츠를 생산하며, 경제적 자유와 월 1천만원 수익을 약속하는 서사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한다. 성공은 재현할 수 있는 공식처럼 포장되고, 그 공식을 따르지 못한 실패는 여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귀착된다.</p> <p contents-hash="3d7133ed9a7884c6871d8742150850d8bf9ebd0d9ba27f00e7ad4dd0c4bd2061" dmcf-pid="qCr85QQ9mn" dmcf-ptype="general">부르디외의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 표현력, 알고리즘 활용 능력, 네트워크 형성 역량 등과 같은 디지털 자본이 새로운 문화자본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자본의 축적은 평등하지 않다. 미디어 문해력, 디지털 장비, 시간의 격차는 기존 불평등을 디지털 영역에서 재생산한다. 플랫폼은 기술 민주화를 표방하지만, 알고리즘은 기존의 자본을 가진 이들의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한다. 계층화는 더 정교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심화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3f44aaacefdc6556794be9ab40d389403e8df1340572347fa8748f1090f6c2db" dmcf-pid="Bhm61xx2ri"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능력주의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매혹적인 약속을 내걸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하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42373gmyc.jpg" data-org-width="800" dmcf-mid="VMmM0dd8w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42373gmyc.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능력주의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매혹적인 약속을 내걸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하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da20034523883c0f4575ff939458d44499fcd54baaa96395b3c125440ef50ca5" dmcf-pid="blsPtMMVsJ" dmcf-ptype="general"><strong>능력주의의 쟁점: 무엇이 문제인가</strong></p> <p contents-hash="9e1336d54fe990c0ee65016f88a19600c89442eb0a702c5692cd9e9b3a5731cb" dmcf-pid="KSOQFRRfsd" dmcf-ptype="general">능력주의는 왜 문제인가. 세 가지 핵심 쟁점을 직접적으로 말하겠다.</p> <p contents-hash="54257526cea1884bacc5b73868f30257045cce78991b3b0442b5641343d0fb77" dmcf-pid="9vIx3ee4Ie" dmcf-ptype="general">먼저, 능력주의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매혹적인 약속을 내걸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하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다. 강남의 사교육 인프라와 지방 소도시의 교육 환경, 혹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체득할 수 있는 배경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능력주의는 이러한 출발선의 격차를 지운 채 오직 결과만으로 개인을 심판한다. 이 과정에서 실패는 구조의 결함이 아닌 개인의 게으름으로 치환되고 마는데,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지적했듯 이러한 시스템은 승자에게는 오만한 자부심을, 패자에게는 가혹한 굴욕을 선사하며 끝내 사회적 연대를 파괴한다.</p> <p contents-hash="fc4e550ad74e78bb65b8a75970d837ebc0e5b437dd9ff212aa8e15a426270363" dmcf-pid="2TCM0dd8OR" dmcf-ptype="general">문제는 이러한 외부적 평가를 넘어, 능력주의가 자기 착취의 형태로 우리 내면에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최근의 갓생 트렌드는 자신을 끝없이 소진시키는 구조를 자기 계발이라는 긍정적인 언어로 포장하며, 우리를 끝없는 경쟁의 회로 속에 자발적으로 편입시킨다. 이 굴레 속에서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은 휘발되고, 휴식은 곧 도태로, 여유는 능력 부족의 증거로 취급받기에 이른다.</p> <p contents-hash="53d7f079ce1895e827c526dc90611ed029db40ef9bf68ae937732389909b3d73" dmcf-pid="VyhRpJJ6sM" dmcf-ptype="general">결국 성과 중심의 삶은 우리를 심각한 실존적 소외로 몰아넣는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 대신 ‘나는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라는 기능적 척도만 남게 될 때, 인간은 자신을 성과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게 된다. 생산성 앱이 우리의 집중 시간을 초 단위로 기록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안, 정작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집중하고 있는지, 그 삶의 목적지를 잃어버린 채 데이터 속으로 표류하고 있다.</p> <p contents-hash="228d216496e7af7e38ce57ed51cceed8c02ff71d5819f244723f9d8d8c363a63" dmcf-pid="fWleUiiPDx" dmcf-ptype="general"><strong>능력주의의 미래: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strong></p> <p contents-hash="7149a9d116e85504e12a608e76284561f996a5994968b011d0b76560feb79769" dmcf-pid="4YSdunnQmQ" dmcf-ptype="general">AI 시대의 능력주의는 어디로 향하는가. 낙관론자들은 AI가 반복적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인간을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다.</p> <p contents-hash="dc9d9b5a63e0863764dd801bb31694e1484397271541d81fce7de4d29d8ed31c" dmcf-pid="8GvJ7LLxEP" dmcf-ptype="general">AI는 능력주의의 속도와 정밀도를 높인다. 알고리즘은 더 빠르게, 더 많은 데이터로 개인을 평가한다. 플랫폼은 모든 상호작용을 점수화한다. 생산성의 기준선은 계속 올라간다. 오늘의 탁월함이 내일의 평균이 된다. 인간은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설정한 기준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p> <p contents-hash="a7292ac38fddb5d22d283b8dd65a81c95de04e8ec28601d63e05e382c51ecec1" dmcf-pid="6HTizooMw6" dmcf-ptype="general">더 심각한 문제는 디지털 격차가 능력주의의 새로운 불평등 축이 된다는 점이다. AI 활용 능력, 디지털 자본, 알고리즘 리터러시 등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은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능력주의는 새로운 옷을 입고, 더 정교한 방식으로 기존의 불평등을 재생산한다.</p> <p contents-hash="b32440c6b1c4a215f70ad1aec4363b1b121077361fc6e3444b185a08bd0016dd" dmcf-pid="PXynqggRr8" dmcf-ptype="general">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p> <p contents-hash="8e6cba657f9ffbd069359f22e7ba66d03448d19bbf321a5ae5212b020f4531c9" dmcf-pid="QK7OehhDw4" dmcf-ptype="general">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구조적 불평등의 가시화다. 개인의 성과 뒤에 숨은 환경적 조건—교육 인프라, 디지털 접근성, 사회적 네트워크—을 공론화해야 한다. 결과의 공정성이 아니라 과정의 공정성을 물어야 한다. 둘째, 평가 기준의 다원화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아닌 돌봄, 연대, 여유와 같은 가치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 쉬는 것의 재발견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목적 없는 산책, 비효율적인 대화. 이것들이 인간다운 삶의 구성 요소임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27433f0768ca89ee93bd07b4c89cde9fe9895ed2716c204162dcd17f29625ffa" dmcf-pid="x9zIdllws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기 계발이 아니라, 다른 질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43626hzhu.jpg" data-org-width="800" dmcf-mid="fyc9Yffzr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hani/20260612103643626hzhu.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기 계발이 아니라, 다른 질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3d7daae6925f07f836785fd9346ced063e62becb689d0b9b62fcc1af2fca4275" dmcf-pid="ysEVH88BsV" dmcf-ptype="general"><strong>다시, 인간으로</strong></p> <p contents-hash="30d8d5421487994c4667bc7fc794c19496575b9be1ae235ba680fddea11eaacc" dmcf-pid="WODfX66bw2" dmcf-ptype="general">갓생으로 대표되는 능력주의 트렌드는 하나의 역설을 드러낸다. 우리는 더 열심히 살수록 더 불안해지고, 더 효율적으로 살수록 더 비교당하며, 더 성공할수록 더 경쟁해야 한다. 능력주의는 우리를 해방하는 약속처럼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우리를 멈출 수 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 넣는 구조가 되었다.</p> <p contents-hash="da3d6f3a65ef28c030bcae0abff02df8359cec79f8363e1138b2cd7ed3867cac" dmcf-pid="YIw4ZPPKw9" dmcf-ptype="general">AI는 이 구조를 해방할 수도, 더 강화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AI를 더 빠른 능력주의의 도구로 쓸 것인지, 아니면 인간적 삶을 위한 시간의 회복 수단으로 쓸 것인지. 이 선택이 AI 시대 능력주의의 미래를 결정한다.</p> <p contents-hash="ca8b81715d6f63b2679348f44f1537e25d027ea598e02ca31a4121257d7a924a" dmcf-pid="GCr85QQ9OK" dmcf-ptype="general">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기 계발이 아니라, 다른 질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사유해야 한다.</p> <p contents-hash="af925fe98e8a923ae8f73da9b70a03631894619639205295a2fc633a46a6be8d" dmcf-pid="Hhm61xx2Eb" dmcf-ptype="general">능력주의의 신화를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쉬지 않는 인간의 시대에서, 쉴 줄 아는 인간의 시대로.</p> <p contents-hash="8d5e1de963d45795e7d01d746847bf53e7a1e450de3c10fd40658981c5456cea" dmcf-pid="XlsPtMMVEB" dmcf-ptype="general">손현주/전주대 창업경영금융학과 교수(미래학)</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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