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맞아 소장자가 양도
일본 사찰 고덕원과 약정…관월당 부재 이송돼
현재 파주 수장고에 보관…수리작업 진행 예정
학계 "문헌 검토 결과, 경복궁 안 건물은 아냐"
[서울=뉴시스] 관월당(해체 전/일본)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돼 100년 넘게 이역살이를 한 조선시대 왕실 건축물이 돌아왔다.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을 맞아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일본 가마쿠라의 사찰 고토쿠인(高徳院)과 양도 약정을 체결, 지난달 23일 목재·석재·기와 등 부재를 한국으로 이송 받았다.
관월당 귀환 결정은 소장자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가 한국에서의 보존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뤄졌다.
사토 다카오 주지는 사찰 경내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에 큰 관심을 두고 한국 측에 연락을 전해왔고, 이후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관월당 보존을 위해 다년간 연구·조사, 단청 기록화 및 보존처리, 정밀실측을 진행했다.
1924년 조선식산은행이 야마이치 증권의 초대 사장인 스기노 기세이(1870~1939)에게 증여한 관월당은 이후 일본 도쿄로 옮겨졌고, 1930년대 스기노 기세이가 가마쿠라시에 있는 고덕원이라는 사찰에 기증하면서 고덕원 경내로 이전돼 해체 전까지 관음보살상을 봉안한 기도처로 활용돼 왔다.
관월당은 당초 서울 궁궐 밖에 세워진 조선시대 왕실 사당 건축물로 추정됐다. 그러나 문헌 검토 결과 궁궐 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이경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 언론공개회에서 "관월당 원 위치에 대해서 경복궁 안 건축물이라 추정이 돼 여러 문헌을 통해 검토해봤다"며 "현재 이 관월당과 같은 규모와 격식의 건축물을 찾을 수가 없었고 그 결과 궁궐 내 건물이었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과 ‘관월당’ 부재를 한국으로 정식 양도하는 기증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건축학적으로 관월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조선 후기 왕실 사당 양식을 지닌 목조 건축물이다. 맞배지붕 단층 구조를 갖추고 있다. 파련대공, 안초공, 초엽, 초각 등 궁궐와 궁가 건축에서 나타나는 의장 요소가 있다.
이 교수는 "관월당은 정면 3칸 측면 두 칸에 전면 퇴를 개방한 평면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평면은 현존하는 칠궁 등 조선시대 사당과 비교하면 칠궁 사당 건축에 비해서 약 70% 정도 규모 대공급 사당들과 비슷한 간 사이와 평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평면 규모라든지 기둥과 기둥 사이인 간 사이의 규모, 이 건축물의 단면에서 보이는 높이 등을 종합했을 때 이 건물이 궁궐 안에 있었을 가능성보다 바깥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관월당(해체 일본)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관월당에는 기와의 경우 용문(龍文), 거미문(蜘蛛文), 귀면문(鬼面文), 박쥐문(蝙蝠文) 등 다양한 형 암막새가 사용됐다. 특히 용문은 궁궐 또는 왕실 관련 건축적 요소가 있다.
단청에는 여러 층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용된 문양과 안료 성분 분석 결과,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후반 사이 다시 채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층위의 단청 모두 구름 모양의 운보문(雲寶紋)이나 ‘卍’자와 같은 형상의 만자문(卍字文) 등 다채로운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건물의 높은 위계를 보여준다. 문양과 색채에서도 궁궐 단청 특징이 확인됐다.
궁궐 밖 정확한 위치 건물 원래 명칭이나 배향 인물이 확인되지 않아, 앞으로도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이 건축물에 구체적으로 배향된 인물이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건물을 해체할 때 건축물 안에서 상량문 같은 기록이 발견돼서 이 건축물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리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상량문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연구를 더 진행하면 그 결과에 따라 이 건축물의 가치는 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관월당’ 소장자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가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10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 언론공개회를 하고 있다. 2025.06.24. pak7130@newsis.com
이번 관월당의 귀환은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의 협조와 한국 측의 지속적인 노력이 함께 이룬 성과다. 사토 다카오 주지는 해체와 운송 등 일본 내에서의 제반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는 등 협업 프로젝트 전 과정에 협조했다.
최응춴 국가유산청장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 올해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사토 다카오 스님과 여러 번의 만남과 서신을 통해 서로 신뢰를 구축하고 학술적 조사연구, 안전상태 진단, 해체와 기록화 등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어제 기증약정을 체결하고, 마침내 오늘 '관월당'의 귀환을 알려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이 단순히 관월당을 한국으로 돌려보낸다는 차원이 아니라, 관월당의 가치와 역사적 맥락을 온전히 회복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다"며 ''관월당'의 귀환은 단순한 반환을 넘어, 문화유산을 매개로 한 국가 간의 신뢰와 공감이 이루어진 상징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민족학고고학 교수인 사토 다카오 주지도 "문화유산 반환에 대해 지금까지 배워왔고 현장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다"며 "특히 관월당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임을 특히 주지로 취임하면서 알게 됐다, 문화유산 반환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문화유산을 반환해야겠다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한일 간 학술 교류이면서 동시에 공동사업인 이 관월당 귀환이 성공해서 몇 년 후에도 이 일이 재현된다면 한일 우호의 상징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관월당 부재 보관한 파주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관월당의 부재는 파주의 전통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석재 및 철물은 8건 401점, 기와는 12건 3457점, 목재는 74건 1124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추가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관월당을 복원해 활용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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