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사업 구조상 영향력 막강
일각서 “적극적 행동주의 가능성”
상법 개정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축소되면서 국내 주요 게임사 대주주로 있는 중국 텐센트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겉으로는 대주주의 권한이 줄어드는 구조지만 실질적 사업 영향력을 바탕으로 텐센트가 게임사 경영에 보다 직접적인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중 확대, 총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전자주총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감사위원회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강화되며 대주주의 권한은 이전보다 축소됐다. 반면 소수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커졌다.
텐센트가 대주주로 있는 국내 게임사들은 개정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텐센트는 시프트업(34.76%), 넷마블(17.52%), 크래프톤(13.71%), 카카오게임즈(3.88%) 등 굵직한 게임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텐센트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위원 선임에 제한이 생기고, 독립이사 확대 및 전자주총 도입으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텐센트의 행동 반경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에 대한 이사회의 충실의무가 법제화된 점도 외국계 대주주로서 텐센트가 ‘눈치’를 보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프트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는 텐센트가 글로벌 서비스를 맡고 있는데, 해당 게임은 시프트업 전체 매출의 75~9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업계는 이러한 높은 사업 연계성이 텐센트에 명분과 협상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텐센트의 ‘행동주의’ 가능성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소수 지분만으로도 지렛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CEO 교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등 적극적인 경영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과 주가를 중시하는 주주 입장에서 텐센트 같은 공룡 IT 기업의 경영 참여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텐센트는 라이엇 게임즈, 슈퍼셀, 비주얼 아츠 같은 글로벌 기업을 자회사로 두며 게임 분야 매출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중견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8일 “창업자 등 최대주주들은 상법 개정으로 인해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 상대가 텐센트라면 경영권 방어가 더욱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