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 위기 진단… 글로벌 전략 전환, 도전 과제 제시
-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현재 게임 시장이 맞이한 정체와 위기를 정면으로 진단했다. 그는 "게임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미개척지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익숙한 물에서 벗어나 거친 대항해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24일 넥슨은 경기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25(NDC25)'를 개최했다. 박 대표는 '게임 시장 정체와 빅 게임 전략'를 주제로 키노트 강연을 펼쳤다.
그는 초창기 게임 시장을 '전문성을 가진 로컬 기업들이 각자 자리를 찾아갔던 시대'로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는 모바일과 PC 시장 모두 포화에 이르렀고,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PC 라이브 서비스는 물론, 모바일 패키지까지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위기는 외부에서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모바일 앱 시장 전체에서 게임의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개발 방향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키지 게임 시장은 기본적으로 경쟁의 생리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을 하려면 규모와 퀄리티 양쪽 모두를 갖춘 '빅 게임'이 필요하다. 단순히 완성도만 높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한국 게임이 경쟁력을 가져온 건 일정한 시장 조건 덕분이었다"며 "하지만 앞으로 몇 년이 그 유예기간이 될 수 있고, 그 이후엔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마케팅 전략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내는 런칭 전 2개월을 집중 타이밍으로 삼아 기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통했지만, 글로벌은 사정이 다르다. 출시 3년, 5년 전부터 플레이 모습이 담긴 첫 트레일러를 공개한다. 개발 초기부터 "재밌어 보이죠"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IP가 성공하려면 아주 매력적인 트레일러를 훨씬 이른 시점에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개발 환경도 이와 맞물려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박 대표는 "개발자들이 글로벌 트리플A 기준을 추구하지만, 정작 그 양과 질을 감당하는 경험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비빔냉면을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이 비빔밥을 만들려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가 겪는 문제들 중 일부는 인지된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아직 인지하지도 못한 영역에 있을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건 거대한 도전과 이를 위한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는 '게임 공개 시점'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은 훨씬 빠른 시점에서 정보와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화제성을 만들어가고, 이는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인지도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이제는 우리가 만든 게임을 어떻게 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며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도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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