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자비 상영회부터 전국 극장 탐방
해외 예술영화 수입·배급 투자까지
“받은 사랑, 좋은 영화로 돌려드립니다”
수년째 독립·예술영화계 지원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유지태, 이제훈, 소지섭(왼쪽 사진부터). 영화산업의 토대가 되는 독립영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뉴시스
한국영화 시장이 침체를 이어가면서 독립·예술영화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상업영화조차 제작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저예산 영화는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영화를 꾸준히 지원하는 배우들이 있다. 유지태와 이제훈, 소지섭이 대표적이다.
유지태는 2012년부터 매년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라는 소규모 상영회를 개최해 왔다. 자비로 독립영화전용관 티켓 100여석을 구매한 뒤 관객을 초대하는 식이다. 26번째 작품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바다호랑이’다. 개봉일인 25일 서울 광진구 KU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상영회는 지난 17일부터 유지태 유튜브 채널 게시판을 통해 참여 신청을 받았다.
티켓 제공만 하는 게 아니다. 유지태가 직접 관객과 함께 관람한다. 출연 배우가 아님에도 상영 전 무대인사에 나서고, 일부 작품은 상영 후 이어지는 감독·출연진 대담도 함께한다. 13년간 묵묵히 이를 이어온 이유는 작품성 높은 독립영화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관심을 높여 독립영화의 저변을 넓히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제훈은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를 운영하며 전국의 독립영화관과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강원도 원주의 가장 작은 영화관 ‘고씨네’를 시작으로 주택 다락방에 좌석 몇 개 놓인 강릉의 무명극장, 부산의 시민영화관 ‘모퉁이극장’, 1958년 개관해 서울 충무로의 상징으로 불리다 지난해 9월 폐관한 대한극장까지. 직접 전국을 돌며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는다.
독립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을 지키고자 유튜브 영상을 만들게 됐다는 게 이제훈의 말이다. 독립영화 수작으로 평가받는 ‘파수꾼’(2011)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그해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초대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제훈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극장에 많이 오셔서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소지섭은 해외 독립·예술영화 수입 투자자로 유명하다. 2012년부터 수입·배급사 찬란과 협업해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2022) 등 국내 소규모 영화들을 선보였다. 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4) ‘카페 소사이어티’(2016) ‘미드소마’(2019) ‘서브스턴스’(2024) 등 해외 예술영화 30여편을 국내에 소개했다.
찬란의 이지혜 대표에게 소지섭은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한다. 소지섭의 관대한 투자 덕에 좋은 작품을 소신껏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지섭은 자신의 투자를 “데뷔 이래 30년간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다수 작품 매출이 적자여서 힘들지만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저예산영화 지원에 대해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23일 “영화에 공익성·공공성이 있다고 봤을 때 이런 배우들은 자신의 역량을 공공에 할애하는 것”이라며 “소위 잘나가는 배우나 감독 등이 나눔에 동참하는 건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이런 사례가 늘어난다면 한국영화의 회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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