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권 도전’ 6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죽어가는 당 살릴 사람은 나”
“‘무리한 검찰개혁’ 반드시 저지… ‘정치보복’식 특검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당 망해 가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정치경력 다 걸고 소신 끝까지 밀고 나갈 것”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그는 보수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최다선(6선) 조경태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보수 정치의 중심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오랫동안 친한(親한동훈)계 좌장으로 불려 온 조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와의 정치적 동지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죽어가는 당을 살릴 사람은 나"라며 독자 노선을 분명히 했다.
8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한 조 의원은 대선 후 당의 내홍, 지지율 하락 등을 언급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 없이 국민의힘은 부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적 쇄신 상설위원회 개설 △AI(인공지능) 기반 공천 검증 시스템 도입 △당헌 내 당원 주권주의 명문화 등 위기의 당을 살릴 '조경태표 혁신안'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조 의원은 유연한 대여 협상력을 강조하면서도 "여당의 무리한 검찰 개혁은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 참석,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등 지금의 당 기조와 상반된 소신을 지켜 온 자신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리더"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지도부 핑계로 나간 건 독선이자 아집"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왜 조경태여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망해 가는 당을 살려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당 지지율이 바닥이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실종된 것이다. 국회 최다선 의원으로서 이 상황을 외면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당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책임을 피하지 않고 돌파해 보겠다."
안철수 의원도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책임 회피다.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았으면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놨어야 했다. 이건 책임 회피고, 절차적 민주주의도 아니다. 지도부 핑계로 나간 건 독선이고 아집이다. 인적 쇄신도 두 사람(권영세, 권성동 의원)만 콕 집는 건 말이 안 된다.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던 45명도 특검 대상이 아닌가. 인적쇄신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당 일각에선 '친윤(親윤석열)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지시해 놓고 지금은 발을 빼고 있다. 부하들은 구속됐는데 본인은 오리발이다. 더 큰 문제는 친윤계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 파면, 구속까지 갔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정치를 국민이 외면하는 건 당연하다. 계파 정치를 끝내고, 상식이 통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조경태표 혁신안'은 무엇인가.
"첫째, 인적 쇄신 상설위원회를 만들겠다. 단발성 보여주기식 쇄신이 아닌 구조적 쇄신을 하겠다는 얘기다. 둘째, 공천은 전면 상향식이다. 전략공천, 낙하산 공천은 이제 안 통한다. 셋째, 당헌 개정이다.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원 주권을 명문화하겠다. 넷째, 공천 과정에 AI 기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 다섯째, 청년과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외연 확장 전략을 실행하겠다. 즉흥적 대응이 아니라 당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 출마 가능성도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적 동지다. 비상계엄이 위헌이라는 걸 가장 먼저 지적한 사람이기도 하다. 다만 내가 먼저 출마를 선언한 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 전 대표가 경쟁자는 아니다. 함께 출마하게 되면 동반자의 마음으로 임하겠다. 이번 선거는 '누가 당을 살릴 수 있느냐'가 기준이다."
한 전 대표와 사전 조율은 없었나.
"정치라는 게 각자의 영역이 있다. 서로 사전 조율하거나 출마를 논의한 건 없다. 이심전심이라 생각한다. 나는 나대로 당을 살릴 수 있다고 보고 출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4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마치고 조경태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지지율, 우리가 너무 못해서 오르는 것"
대선 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당연하다. 당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국민이 등을 돌린 거다. 지난 대선에서 41.15%(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의 지지를 받았다고 착각했지만, 절반은 '이재명이 싫어서' 준 표다. 그런데 당은 대선이 끝난 후 반성도 쇄신도 없었다. 민심이 떠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이재명 정부 지지율은 왜 오른다고 보나.
"첫째는 정권 초의 기대감이고, 둘째는 우리 당이 너무 못하니까 비교 우위로 봐야 한다. 지금의 이재명 정부는 '조심조심' 정권 재창출까지 보고 움직일 거다. 윤 전 대통령처럼 허망하게 망하지는 않을 거다. 우리는 더 빠르고, 더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은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이 그동안 잘못했던 부분들도 있다.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른 적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또 존재했기 때문에 국가 기강이 바로 선 것이다. 나는 전자보다 후자의 기능이 더 크다고 본다. 검찰이 없으면 나쁜 사람, 흉악범을 누가 잡나. 검찰청 폐지는 잘못됐다. 어떤 정권도 검찰을 활용해 정권을 유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의 뜻에 맞는 검찰개혁을 하겠다. 이재명 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막아낼 자신이 있다."
'3대 특검'이 가동되며 당도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치보복식 특검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안에도 잘못이 있다면 먼저 정리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보다 더 엄격하게 가야 신뢰가 생긴다. 자정 능력이 없는 당은 무너진다."
제1 야당 대표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야당이다. 여당이 모든 칼자루를 쥐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당을 지키고, 지나친 부분은 막아내고, 또 우리가 얻어올 수 있는 건 반드시 챙겨야 한다. 양보할 때는 양보하되 얻어오는 협상력, 그게 중요하다. '저 정도면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 내가 그런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본다."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이 창당 이후 가장 힘든 시기다. 나는 우리 당을 지켜낼 자신이 있다. 이번 당대표는 국민들한테도 당당해야 하지만 여당에도 당당한 사람이 돼야 된다. 어떤 사람이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내란당의 오명을 우리가 벗을 수도, 벗지 못할 수도 있다. 107명의 의원 사이에서 꿋꿋하게 욕을 들어가면서 그 무리에서 비판받는 것, 견뎌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걸 '깡다구'라고 한다. 정치 경력을 다 걸더라도 나의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 위기일수록 책임지고 앞장설 사람이 필요하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