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 제공
애플이 상대적으로 주도권이 약했던 인공지능(AI)·콘텐츠 분야에서 반격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인수 검토에 이어 할리우드 제작사와의 영화 배급 계약도 연이어 체결하고 있다. 자체 AI 모델 구축이나 대규모 제작 투자 대신 핵심 기술과 콘텐츠 허브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후발주자'의 취약고리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미디어 거물로 잘 알려진 피터 처닌의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인 '노스 로드'와 신작 영화 배급권 계약을 체결했다. 애플은 이번 계약으로 노스 로드가 제작하는 신작 영화에 대해 우선 배급권을 갖게 된다. 이 스튜디오는 지난 5년간 영화 부문서 넷플릭스와 협력해왔다.
노스 로드는 영화 '포드 대 페라리', '백 인 액션', TV 프로그램 '더 매드니스', '뉴 걸' 등을 제작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투자자이자 제작자인 처닌은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루퍼트 머독과 함께 뉴스 코퍼레이션과 폭스에서 임원으로 일한 후 2010년 회사를 창립했다.
처닌은 "애플과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훌륭한 경험을 해왔으며, 애플은 대담하고 항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처닌의 제작사는 '애플 TV+'용 드라마를 제작해왔다. 현재 후반 작업 중인 드라마 '칩 오브 워'를 오는 8월 방영될 예정이다.
후발주자인 애플은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 강화를 위해 영화 부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테드 래소' 등 일부 오리지널 TV 시리즈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지만, 장편 영화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F1'을 개봉하며 사업 확장에 나선다. 영화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스트리밍 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지각생'으로 꼽히는 애플은 AI 분야에서도 '퍼플렉시티' 등 유망 AI 기업에 투자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략적인 보완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연례 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 25'에서도 뚜렷한 AI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시장의 냉랭한 평을 받았다.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에서도 혁신이 실종하고 음성비서 '시리' 업그레이드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AI 시장 대응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쫓기고 있다.
애플이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는 '구글의 대항마'라고 불리면서 급부상한 AI 기업이다. 실시간 웹 기반 정보와 명확한 출처 기반 응답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블룸버그 통신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의 인수합병(M&A) 총괄 책임자인 아드리안 페리카가 서비스 부문 책임자 에디 큐와 주요 AI 의사결정자들과 함께 퍼플렉시티 인수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전해졌다. 논의는 초기 단계로 인수 여부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퍼플렉시티 인수가 현실화하면 AI 기반 검색 엔진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퍼플렉시티는 약 140억 달러(약 19조3800억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어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애플 역사상 최대 규모 M&A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의 AI·콘텐츠 강화는 단순 경쟁사 추격을 넘어 자체 생태계의 결핍 구조를 메우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콘텐츠 보완은 향후 '애플 비전 프로' 등 차세대 디바이스의 '록인 효과'를 유도하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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