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일 관세 서한 발송 사실 공개
9일 시행 예정 상호관세 8월1일로 미뤄져
'코앞' 관세충격 피했지만, 부담은 여전
타국 합의 이어질 땐 불리한 입장 될수도
"국내 제도개선과 함께 제조업 협력 추진"

[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이하 현지시간) 앞서 예고한 대로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해 8월1일 25%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미국 상호관세가 지난 4월 초 발표해 3개월 유예 후 이달 9일 시행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3주간의 협상 시간을 번 셈이다.

다만, 협상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고 미국의 압박 수위도 높은 만큼, 수출 기업의 미국 시장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공식 서한을 보내서 오는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시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며 빠른 협상을 압박했다.

정부도 바빠졌다. 현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안보·통상 사령탑을 비롯한 당국자는 현재 워싱턴 D.C. 인근의 한 호텔에 머물며 미국 측 당국자와 접촉하며 사실상의 대미 협상을 진행 중이다.

9일로 예고됐던 상호관세 충격을 피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정부는 베트남과 무역합의를 한 이달 2일까지만 해도 9일 상호관세 부과 일정에 변동이 없으리라고 못 박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이후 12~15개국에 관세 서한 발송을 예고하며 실제 부과시점을 8월1일로 늦추겠다고 언급했을 때도 한국이 서한 발송 대상국일지 아닐지가 불분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 네트워크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을 통해 공개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서한. (이미지=트루스소셜)

정부는 이후 여 본부장이 일주일 만에 워싱턴 D.C.를 다시 찾고, 위 실장까지 합류하며 통상-안보에 걸친 ‘올코트 프레싱’에 나섰지만,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여 본부장은 지난 5일 미국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났을 때 “7월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 이후에도 조금의 유예기간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매우 가변적이어서 8월 1일도 ‘컨펌’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 국익 최우선 원칙으로 치열하게 협상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이슈에 대해 합의하기까진 시간이 부족했다”며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가 유예된 만큼 남은 기간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3주의 협상 시간은 벌었지만 여전히 시간은 부족하다. 농축산물 시장 추가개방 등 미국 측이 요구하는 비관세장벽 문제는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 결론을 내기 어렵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방위비 협상 등 통상 외 안보 이슈도 맞물려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올 4월 말부터 대미 협상을 시작했으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양측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또 지난달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주요 부처 장관에 대한 인선도 이뤄지기 전이다. 이 대통령은 산업부·외교부를 비롯한 주요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이달 중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친 후에야 정식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상황 속 7월 중 미국 측에 만족할 만한 카드를 내놓지 못한다면 한국은 철강, 자동차 등 이미 25~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 품목과 반도체, 바이오 등 추가로 품목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뺀 전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맞아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상호관세율 감면과 함께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관세 인하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역시 당분간은 해소가 어렵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의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한국 등 일부 국가에만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주요 대미 수출국 중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베트남은 원래 46%의 상호관세 부과가 예고됐으나 이달 초 합의를 통해 이를 20%까지 낮췄다. 이후 다른 나라도 수일 내 추가로 미국과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상품 교육 관세율이 이미 0%대이지만, 베트남 등 FTA 미체결국은 대미 관세율을 낮추는 식의 협상이 가능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7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여러 무역 합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당국도 경쟁국 대비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미국과 협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여 본부장은 방미를 전후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것도 현 협상 구도에선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측의 주된 관심사인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국내 제도개선과 규제 합리화 등과 함께 양국 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산업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며 “(문신학) 제1차관 주재로 미국 관세에 따른 국내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긴급대책회의도 열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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